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사상 처음으로 투표지에 대한 재검표가 실시되었다. 법에 따라 소송이 제기돼 재검표가 진행된 건 당연한 일이지만 신원도 근거도 확인되지 않은 조작설에 의해 재검표까지 갔다는 것이 바람직한 일로는 보이지 않는다.다행스럽게도 개표기에 의혹이나 오류가 없음이 밝혀졌고 이로써 일부에서 개표기에 가졌던 의구심은 해소되었을 것으로 믿는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당시 선관위에는 컴퓨터가 한 대도 없었지만 컴퓨터에 의한 개표조작 시비가 제기됐었고 그 주장이 사실일 수 있다고 믿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여건과 풍토 속에서는 우리나라가 아무리 IT 강국이라 해도, 그 IT관련 제품을 외국에 아무리 많이 내다 판다고 해도 우리나라 선거에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사실 선관위는 이미 시대변화를 받아들여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뽑아 쓰는 것처럼 쉬운 방식의 전자투표기를 개발해 놓은 상태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전자투표기 개발은 말 그대로 개발에 그치고 전자투표기의 전 단계로 개표시스템만 개선하여 지난해 선거에서 활용했던 것이다.
개표기는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궐 선거에서 이미 사용하여 그 성능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 사용한 개표기는 투표지를 분류하는 기능에만 사용하고 개표 결과를 집계하는 방식은 제15대 대선 때의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따라서 개표기에 의한 조작설은 애초부터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선관위의 수차에 걸친 설명에도 불구하고 근거 없는 조작설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재검표를 계기로 전자 개표에 대한 불신풍조가 사라지기를 바란다.
조 장 연 중앙선관위 공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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