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이 오랜 침체를 지속하다 보면 투자자들의 상식에도 균열이 생긴다. 한 때 일본에서는 오랜 침체장을 겪으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대표적 투자 격언들이 다음과 같이 패러디된 일이 있었다.투자에서 소수 의견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들이 몰려 가는 길 뒤쪽에 진정한 길이 있으되 꽃의 산"이라는 격언은 "사람들이 가는 길 뒤쪽에 길이 있으되 부채의 산"으로 바뀌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은 "산이 깊으면 골이 힘들다"로 , "사람들이 팔 때 사고, 사람들이 살 때 팔아라"라는 격언은 "사람들이 팔 때 팔고, 사람들이 살 때 팔아라"라는 식으로 비야냥 당했다. "이제 끝났나 하면 아직 시작이고, 아직 시작하지 않았겠지 하다보면 아니 벌써가 된다"라는 격언은 "이제 다 빠졌나 하면 아직 더 빠지고, 요정도면 아직 올라갈 수 있겠지 하면 벌써 다 오른 거다"라는 넋두리도 있었다.
이런 말들을 단순히 우스개로 생각하기에는 요즘 시장 참여자들의 마음이 너무 지쳐있다. 지금 시장에는 불안 요인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 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북핵 문제 모두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엄청난 유동성과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증시로는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체념의 말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이 대개는 시장이 바닥을 다지는 징조였다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다. 좀 더 진지하게 살펴보면 현재와 같은 장세에서는 다음 격언이 어울린다.
먼저 온통 들려오는 비관적인 장세 전망에 얼어있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한 목소리로 약세장을 외칠 때는 바보가 되어 매수의 씨를 뿌려라"라는 격언이 있다. 그리고 주가가 비쌀 때 그렇게도 매력적으로 보이던 주식들이 지금 아무리 보아도 걸레처럼 보인다면, "주식은 비쌀 땐 최고의 기업으로 보이지만 쌀 때는 형편없는 회사로 보인다"는 격언이 떠오른다. 그리고 '팔자'가 판치는 장 분위기에 압도돼 있다면, "팔기 힘든 장은 싸고, 팔기 쉬운 장은 비싸다"는 격언을 다시 한번 기억해 볼만 하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icy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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