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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인터넷 강국- 이젠 정보보호다](1)IT한국 "체력약한 비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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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인터넷 강국- 이젠 정보보호다](1)IT한국 "체력약한 비만아"

입력
200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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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인터넷 대란'은 사이버 세상의 '외환위기'다. 성장 일변도의 개발 전략이 IMF 체제를 초래했듯이 확산 위주의 정보화 드라이브가 인터넷 대란을 잉태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경보가 여러 차례 발령됐음에도 막지 못한 것이나, 인터넷 대란의 위험성이 지적됐지만 무시됐던 것 또한 너무 흡사하다.이번 재앙은 웜 바이러스에 의해 촉발됐지만, 문제는 '바이러스'에 있지 않다. 외환위기의 책임을 태국 바트화의 폭락으로 돌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금융 시스템의 부실이 외환위기를 초래했듯이, 이번 인터넷 대란도 우리나라 사이버 공간의 취약함 때문에 가능했다. ★관련기사 3·17·31면

이번 사태는 국내 5만대가 넘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특정(SQL) 서버를 쓰는 개인과 기업의 80%가 공개된 보안강화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MS사와 정부는 사고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였기 때문이다.

국민 두명 중 한명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전체 가구의 70%가 넘는 1,000만 가구가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는 정보화 대국인 우리나라는 인터넷 생태계의 면역력과 내성에 있어서는 유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체격은 크나 체력은 약한 기형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화 선진국'이라는 화려함 뒷면에는 '정보보호 후진국'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정보화 확산'에만 매달려 왔다. 초고속 인터넷 망을 깔고 속도를 높이는 것만이 지상 목표였다. 이번 인터넷 대란은 다리를 만들기만 하고 유지·보수에는 등한히 했던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나라 전체가 인터넷을 쓰는 데만 신경 썼지 인터넷을 지키는 데는 무관심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2001년 5,333건이던 해킹 건수가 2002년(1만5,192건)에는 세 배 가까이 폭증했고,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도 2001년 194건에서 지난해에는 232건으로 늘어났다. 2002년 전체 이메일 중 80% 이상이 스팸메일이고, 이 중 61%가 음란 메일일 정도로 스팸메일의 폐해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 같은 혼란상은 정보보호 불감증의 업보다. 우리나라 정보화 예산 중 정보보호에 들어가는 예산은 5.3%(2002년)에 불과하다. 심지어 정부는 2001년 654억원이었던 정보보호 예산을 2002년에는 절반 이상(53.2%) 줄이는 시대착오적 행정을 마다하지 않았다. 민간 기업도 87.8%가 정보보호를 전담할 조직을 두지 않거나 다른 부서에 맡기고 있다.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은 "이번 인터넷 대란은 정보보호 노력이 개인과 기업에 권고돼야 할 것이 아니라 의무화돼야 함을 시사한다"고 역설했다.

인터넷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소중하게 가꾸고 지켜야 할 '사이버 공동체'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니콜러스 네그로폰테는 명저 '디지털이다'에서 "네트워크의 진정한 가치는 정보 그 자체보다 공동체에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공동체를 안전하고 쓸모 있게 유지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의무를 생각하고, 각자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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