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시의 1월 랠리 실종에 맞춰 이른바 북한 핵위기 등에 덮여있던 경제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에 대한 회의감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지난주말 국내와 미국 증시를 잇달아 강타한 악재는 이라크전쟁 임박설인 것으로 간주됐지만, 최근 장세를 휘감고 있는 불안감은 지정학적 리스크 보다도 올해 미국과 국내의 경기회복 자체에 대한 우려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26일 "미국에서 어닝시즌(earning season, 실적발표 시기)을 거치면서 기업 실적전망에 대해 회의가 일었고, 이는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불신감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 회복세 '속빈 강정'
올해 미국 경제가 지난해 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는 지난해 3∼4분기 기업 실적의 호전 등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실적발표 기간을 거치면서 그런 기대가 착각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SK증권 김준기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미국 기업의 이익개선은 매출 증가 및 마진율 향상에 따른 것이 아니라 달러약세나 감원, 가동률 축소 등 비용절감에 의해 이루어졌다" 며 " 매출증가 및 마진율 향상이 없는 이익개선은 지속성과 속도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제조업 가동률은 정보기술(IT)과 비 IT 부문 모두 하반기 일시 상승했다가 최근 73∼75 언저리로 다시 하락했다. 수요 회복 여부를 가늠할 주문자출하 지수나 소비심리 지표 역시 같은 추세(그래프 참조)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연구원은 "미국 펀더멘털의 약세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가 GDP 대비 5%를 초과할 경우 달러가치 폭락 가능성과 현지 제조업 경기 퇴조, 미국으로부터의 급격한 자본유출과 주가폭락 사태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 이라며 "부시 행정부는 현재 달러가치의 적절한 하락을 용인하고 있으나 이는 거꾸로 국내 경제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길 험난한 국내 경제와 증시
미국 경제와 증시의 침체 여파는 가뜩이나 불확실한 국내 경제와 증시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특히 미 행정부의 암묵적인 달러 하락 용인정책은 올해 국내 경제운용에도 적지않은 차질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우증권 신후식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 상반기 국내 경기회복의 중심축으로 설정됐던 수출에 적지않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 역시 "영동 수해복구 투자나 아직은 호조를 보이는 수출을 감안할 때 1분기 성장은 무난할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수출이 어려움을 겪을 경우 경제운용에 적지않은 차질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증시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해 "연초 랠리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증시의 대세상승 기대시점도 늦춰지고 있다" 며 "일단 이라크 무기사찰단 보고와 부시 미대통령의 연두교서, 미 4분기 성장률 발표가 이번주로 예정된 만큼 추이를 지켜 봐야겠지만 낭보에 대한 기대감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