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경인운하 건설사업의 중단을 요청키로 했다가 하루 만에 백지화한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인수위 사회문화분과위는 24일 전문위원의 발표를 통해 사업 중단을 요구하면서, 기자들과 일문일답까지 했었다. 다음 날에는 대변인이 나서 인수위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향후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인수위 발족 이래 갖가지 정책이 연일 보도돼 혼란을 빚자, 인수위는 위원장 주재 간사단회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에 한해서만 인수위 이름으로 보도해줄 것을 요청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스로 혼란을 불러 의사결정과 발표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노출시키고 말았다.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분과 차원의 의견이 어떻게 전체 방침인 것처럼 발표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 타당성이 문제되더라도 시작만 하면 중단이 어려운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명분까지 내세운 터이니, 그 모양이 더 우습게 됐다.
인수위 발표와 입장 변화에 따라 건설교통부의 태도도 180도 바뀌었다. 그만큼 인수위의 영향력이 큰데도 위원들이 의욕만 앞세우는 것이 문제다. 1995년 민자 유치사업으로 선정된 경인운하 건설에 대해 환경운동 단체는 인천 앞바다 오염 가중과 어장 황폐화를 지적하며 반대해 왔다. 이번 해프닝으로 사업의 타당성에 관한 논의는 오히려 위축되는 역효과를 낳게 됐다.
경제분과의 일부 위원들이 "증권분야 집단소송을 조기 도입하면 출자총액 제한을 완화할 수 있다"고 한 김진표 부위원장 발언에 대해 결정된 바 없는 일이라며 월권행위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도 볼썽사납다. 학자 출신과 관료 출신 간의 갈등이 심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정권 교체기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책임이 있는 인수위는 내부 문제부터 제대로 정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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