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용자들의 보안의식 부재와 정부당국의 무사안일로 인터넷이 12시간 이상 마비되는 사상 초유의 인터넷 대란이 빚어졌다. 이전에도 해킹이나 바이러스 등으로 일부 사업자의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특정 인터넷 사이트가 접속장애를 일으킨 적은 있었으나 이번처럼 국내 인터넷 서비스가 전면 중단된 것은 처음이다.신종 웜 바이러스인 '윈도 SQL 슬래머'가 인터넷 서버를 공격하면서 발생한 이번 재앙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독일, 캐나다, 일본, 태국 등 전세계에서 발생했으나 국내 피해가 특히 심했다. 인터넷 마비사태는 26일 새벽 대부분 정상화했으나 평일 업무가 시작되는 27일에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고는 주말인 25일 오후 2시 이후 KT, 하나로통신 등 주요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의 도메인네임서버(DNS)가 '윈도 SQL 슬래머'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아 무력화하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인터넷 쇼핑몰, 인터넷뱅킹 사용이 전면 중단되고 철도 항공 등의 예약서비스가 마비되는 등 엄청난 혼란이 빚어졌다. 정확한 집계는 되지 않고 있지만 피해액은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상철(李相哲) 정보통신부 장관은 26일 "이번 사태는 바이러스가 특정한 서버를 공격한 것이 아니라 대량 트래픽(정보량)을 생산해 네트워크를 마비시키는 바람에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26일 새벽쯤 정상화됐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고 잠복된 상태일 뿐"이라며 "27일 업무시작과 함께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지난해 7월부터 마이크로소트프(MS)측이 윈도 2000과 NT 운영체제의 데이터 베이스용 관리프로그램인 SQL 서버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패치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으나 대부분의 서버 운영자가 이를 무시하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 윈도 SQL 서버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아 설치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의 대국민 행동요령을 발표하고, 향후 인터넷 종합상황실 설치와 정보보호법 강화 등의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임채정(林采正) 위원장은 이날 김태현(金泰賢) 정보통신부 차관으로부터 사태경위 및 복구현황에 대해 보고받은 뒤 27일 오전 정보통신부와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논의키로 했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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