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의 중대 고비가 될 유엔 무기사찰단의 1차 사찰보고서 제출(27일)을 앞두고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세계 각계 각층에서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지성인 60여 명은 24일 공동으로 반전 호소문을 발표했다. 각국 반전단체 회원 50여 명도 미국과 영국의 공격으로부터 이라크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간 방패'를 자처하며 25일 바그다드로 출발했다. 또 독일 스위스 브라질 스페인 영국 미국 이라크 등 세계 곳곳에서 수만 명이 미국의 '마이 웨이'식 전쟁 추진에 제동을 걸기 위한 반전 시위를 벌였다.지성인의 반전 외침
프랑스와 독일을 대표하는 철학자, 문학인, 예술가, 과학자 60여 명으로 구성된 '민주주의발전기구'는 24일 공동 반전 성명을 발표하고 "각국 정부는 미국에 대해 이라크전을 포기하라고 촉구하고, 그들의 일방주의 외교에 저항하라"고 호소했다.
이 성명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독일의 귄터 그라스, 구 동독 출신 작가인 크리스타 볼프, 프랑스 철학자인 자크 데리다와 역사학자 장 피에르 베르낭 등이 서명했다. 이들은 "비인간적인 독재와 1991년 걸프전의 후유증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다"며 "우리는 세계 어느 곳에서건 적의가 불타 오르고 전쟁의 재앙이 시작되려 하는 현 상황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또 "세계인들은 이제 평화와 화해냐, 아니면 전쟁과 죽음이냐를 선택할 기로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인간 방패 바그다드로
영국, 호주, 미국, 스페인, 브라질 등의 반전운동가 50여 명은 스스로 인간 방패가 돼 이라크전을 저지하겠다며 25일 런던을 출발, 5,000여 ㎞의 육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버스 3대와 승용차 1대에 나누어 타고 프랑스 파리, 스위스 제네바, 이탈리아 밀라노, 터키 이스탄불과 요르단의 암만 등을 거치면서 각국의 반전 동조자들을 모아 2월 8일 최대 1만 명이 함께 바그다드에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행진에 참가한 영국인 그레이스 트레베트씨는 "국적과 상관 없이 인권과 생명은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을 미국에 경고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발전소, 병원, 정부 청사 등 개전 시 1차 타깃이 될 주요 건물에 분산 배치돼 반전 시위를 벌이게 된다. 2차 인간 방패 시위대는 2월 15일 출발할 예정이다.
불붙은 반전 시위
주말 반전 시위도 지구촌 곳곳에서 펼쳐졌다. 각국 반전 운동가 들로 구성된 '국제 시민무기사찰단'은 25일 영국 남부의 마치우드 공군기지 앞에서 영국에 대한 대량살상무기 사찰을 요구하는 평화 시위를 벌였다.
독일 수도 베를린과 쾰른에서는 1만여 명이 이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와 촛불을 든 채 인간 띠를 만들고 미국의 일방적인 이라크 공격에 저항하자고 촉구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의 공군기지가 있는 아헨에서는 5,000여 명이 유럽의 참전 반대를 외쳤다. 그리스 나플리오에서도 수천 명이 '부시 타도','석유와 피를 맞바꿀 순 없다'등의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한편 미국 법조인 100여 명은 25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현 상황에서 이라크전을 감행할 경우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는 경고 서한을 보냈다. 유럽의회 의원 33명은 25일 전쟁 저지를 위해 2월 2일 이라크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고, 영국 의사 500여 명도 "수백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할 이라크전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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