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료들과 적으로 싸우게 돼 마음이 아프지만 경기에는 최선을 다할겁니다." 다음달 3일 13년만의 남북 대결을 위해 26일 일본 아오모리로 출국한 탈북자 출신의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황보 영(24·사진)은 설렘과 걱정이 교차한다. 북한 대표팀에서 함께 땀흘렸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태어난 조국을 등진 자신에게 쏟아질 차가운 시선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북한선수 명단에는 1992∼97년 김책제철체육단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이 6∼7명이나 포함돼 있다.특히 중고교시절 6년 내내 단짝으로 지냈던 신정란과 유달리 피부가 희던 김봉련 등이 눈에 밟힌다.
양띠해인 79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난 황보 영은 97년 가족과 함께 탈북한 이후 생사를 건 유랑생활 끝에 99년 한국 땅을 밟는 순간, 새로운 아이스 하키 인생의 꿈을 품었다. 그러나 당시 대표팀은 99년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 대패하면서 해체된 상태. 중 1때부터 스틱을 잡으면서 국가대표까지 지낸 황보 영은 낮에는 간호 조무사로, 밤에는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혼자 연습을 하면서 아이스하키의 꿈을 접지 못했다.
결국 그는 대표팀 코치인 신승한 씨를 만난 인연을 계기로 여자 국가 대표팀 부활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
북한에서 혹독한 훈련으로 다져진 황보 영은 화려한 드리블에 이은 총알 슛이 장기로 동호인 출신이 주축인 대표팀 전력의 핵심. 아이스하키 지도자를 꿈꾸는 황보 영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만큼 한국에 금메달을 바칠 수 있도록 이를 악물겠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제5회 일본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한국과 북한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다음 달 3일 오후5시 미자와빙상장에서 13년만에 남북대결을 펼친다.
한국은 86년 일본 삿포로 제1회 대회에서 역전승으로 동메달을 땄고 같은 곳에서 4년 뒤 열린 제2회 대회(90년)에서도 6―5로 꺾은 북한을 제물삼아 역시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남북이 재회한 이번 대회에는 북한이 남자팀 불참 의사를 밝혀 낭자들이 대리전을 치르게 됐다. 북한은 지난해 4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세계선수권 디비전1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선수층이 두텁지만 한국은 아이스하키를 전문적으로 했던 선수가 거의 없고 직장인과 대학 및 중고생으로 이뤄진 '외인부대'여서 열세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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