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특사의 27일 방북을 앞둔 지난 주말 북한 핵 문제의 중요 관련국과 국제기구는 중재 외교를 발 빠르게 전개했다. 이들의 행보는 임 특사의 방북 성과와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는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5일 북한 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결정하기 위해 다음 달 3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특별이사회를 연기했다. 임 특사의 방북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서다. 멜리사 플레밍 IAEA 대변인은 "핵심 당사국들의 외교적 노력을 지켜본 뒤 개최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이사회 연기를 공식 발표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이날 "북핵 문제에서 일부 진전이 있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방법으로 대화할 것을 지시해왔으며 결국 대화는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측통들은 '일부 진전'을 한국 정부의 특사 파견 등으로 해석하면서도 북미간 물밑 접촉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차관을 대북 특사로 파견했던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남북한, 일본 호주 유럽연합(EU) 등이 참여하는 '5+5' 다자협의체 구성을 제의한 대목은 예사롭지 않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의중을 직접 확인한 바 있는 러시아는 협의체 구성을 주도하면서 북미간 직접대화를 성사시켜 위기의 수위를 낮추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북미대화는 IAEA 사찰단원의 북한 복귀의 전제조건"이라고 밝힌 것도 응급처방식 북미 대화를 미국에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EU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27일 EU 외무장관회담에서 대북 특사 파견을 결정키로 했다. EU의 중재 참여는 북한 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방식이 국제사회의 공감대이자, 대세임을 확인시켜주는 좌표가 될 듯하다.
외교 소식통들은 북한이 임 특보 방북을 계기로 미국을 향해 공세적 대화 자세를 보일 경우 국제적 중재 노력들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핵 문제가 안보리로 회부되기 전 북한이 직접 대화에 수동적인 미국을 향해 압박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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