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도 민간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헌법상의 노동기본권을 인정받고자 했던 오랜 바람이 새 정부에 의해 조만간 이루어질 것 같다. 노무현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는 지난 24일 '새로운 노사협력체제 구축'을 주제로 한 국정보고서에서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에 대한 입장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먼저 명칭에 있어서, 당초 정부는 공무원의 특수성과 국민 정서, 민간노동단체와의 연대파업 가능성, 공무원노조의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의 책임문제를 우려해 '공무원단체' 또는 '공무원조합'을 선호했다. 반면, 공무원측은 노동조합법 상의 제반 보호규정을 적용받기 위해 '노동조합'을 주장하였다. 이 부분에서는 새 정부가 공무원측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모양이다. 선진국에서는 노조, 직원단체, 협회, 연맹 등 다양한 명칭을 사용하면서도 공무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에서 이미 교원노조를 비롯해 정보통신부, 철도청, 국립의료원 등 현업부서 기능직 공무원들의 '노조' 명칭 사용을 인정한 현실에서 '공무원노동조합' 이라는 명칭을 불허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고 할 것이다.
다음은 노동3권인 단결권, 단체교섭권(단체협의권과 협약체결권), 단체행동권의 보장범위이다.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국가는 모두 단결권은 인정하지만, 단체교섭권은 단체협의권만 또는 협약체결권까지 인정하는 국가로 나뉘어진다. 단체행동권은 프랑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새 정부는 단결권과 단체협의권만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며, 공무원측은 협약체결권 또는 단체행동권까지 요구하고 있다.
세계적 추세와 우리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단체교섭권의 경우 협약체결권이 없는 단체협의권은 실익이 없으므로 협약체결권까지 인정하는 것이 원칙상 옳다. 다만 임금 등에 관해서는 교원노조법 제7조처럼 법령· 조례 등에 위임, 단체협약을 인정하지 않는 대신 사용자측의 성실이행노력을 촉구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셋째로 허용직급은 기능직과 고용직 및 일반직 6급 이하를 원칙으로 하되 직무의 성격에 따라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으며, 결성형태는 국가공무원의 경우 전국단위로, 자치단체의 경우 광역단위로 허용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복수노조를 인정하는 경우 유일 교섭단체에게만 단체교섭권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의 직업윤리의식을 높이고, 부정· 부패를 추방하는 등 국민에게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이익만을 주장하거나, 민간노조와 연대한 불법 투쟁으로 국민에게 고통을 줄 것이라는 우려감도 있다.
공무원노조는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볼모로 잡지 않아야 하며, 국민의 봉사자로서 다른 노조의 모범이 되는 협상문화를 창조해내야 한다. 대화, 협상, 타협, 그리고 양보는 패배의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서로 공존하는 상호승리의 게임이다. 자기입장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하는 협력적인 협상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노사 양측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여, 법을 준수하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구속, 협상, 석방, 그리고 구속의 악순환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새 정부에 의해 기대와 우려 속에 탄생할 공무원의 노동운동이 인내· 양보하며 상호공존하는 새로운 협력적 노사문화 창출의 계기가 되도록 정부와 공무원 그리고 국민 모두의 관심과 애정어린 비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백 종 섭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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