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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웃] 사이버 상담사 문옥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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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웃] 사이버 상담사 문옥동씨

입력
2003.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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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젓하게 시집살이 3년을 잘 사는구나 생각했는데/할머니 편지 읽고 울었다니 아직 어린가 보군 까꿍∼/그래! 울고싶을 땐 실컷 울어야 풀린다구요 뭐/답답할 땐 할머니한테 실컷 말해요, 괜찮아요/좋을 일은 신랑한테 말하고.. 그치요? 하하."여성 웹진 이메진(www.imagine.or.kr)의 대표 코너 '문 할머니 인생상담실'에 올려진 글이다. 이 '깜찍한' 답글의 주인공은 이 코너의 카운셀러인 칠순의 문옥동(文玉東·서울 노원구 월계3동) 할머니.

3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인생상담실에는 현재 7,000여건의 글이 올라있다. 가족과 사회에 절망한 이들이 흩뿌린 고민과, 문 할머니가 하나 빠짐없이 정성껏 응답한 글이 모여 있다.

할머니가 인터넷 세상에 발을 들인 것은 1998년. 회장으로, 이사로, 회원으로 83년부터 몸담아온 '소롭티미스트(SOROPTIMIST·국제직업여성회)'라는 단체가 문서를 이메일로 대신했기 때문이다. 서신이나 팩스 정도에만 익숙했던 할머니는 "더 이상 시류를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정보통신부가 마련한 무료 컴퓨터 강좌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메일을 손쉽게 하면서 할머니는 PC통신 하이텔 노인방에서 맹활약을 했고 이게 눈에 띄어 99년부터 '이매진'의 상담 코너를 맡게 됐다.

할머니는 상담실을 찾는 이들에게 한없이 낮아진다. "죽고 싶고 도망치고 싶은 이들이 마지막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나이 먹었다고 '흠∼'하면서 가르치려고만 들면 쓰나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푸근한 할머니 품이지요."

가족의 죽음을 기다리는 고통, 지난 과거에 대한 탄식 등 가슴 아픈 사연 하나하나를 할머니는 보듬어 안는다. 억지로 이겨내라고 강요하지 않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느끼려 한다. 사연을 보낸 이들은 금새 할머니에게 빠져들고 생기를 되찾는다. 그리고 따로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친구로, 팬으로 남는다.

"모든 사람은 삶의 지렛대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요. 젊은이가 자신의 힘으로 힘겨운 삶의 무게를 들어올릴 수 있도록 지렛대 받침돌을 괴주는 게 내가 할 일입니다."

/이성원기자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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