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적인 절개 없이 종양을 제거하는 방사선 수술이 적용대상을 넓히고 있다. 뇌 종양 수술에 감마나이프가 이용되는 것에 이어 최근 전신 종양 수술이 가능한 사이버나이프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원자력병원 방사선종양학과 류성렬 사이버나이프센터장은 "지난해 6월부터 6개월간 133명의 종양환자에게 시술한 결과 80%정도의 종양제거 효과를 보였으며, 시술 환자의 44%(58명)는 기존의 방사선장비로 전혀 치료할 수 없는 암이어서 전신 종양에 대한 방사선수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이버나이프란 수백개의 가느다란 방사선을 여러 방향에서 쬐어 종양부위에만 고용량의 방사선이 집중되도록 함으로써 암세포를 괴사시키는 방사선 수술법이다.수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종양을 없앨 수 있어 '나이프'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상 메스는 쓰이지 않는다.
자기공명영상장치(MRI)나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종양의 위치와 모양을 정확히 진단한 뒤 이 정보를 사이버나이프 컴퓨터에 입력하면 미사일 항법기술을 이용해 종양의 위치를 추적, 로봇이 자동으로 방사선을 조사(照射)한다. 죽은 암세포는 3∼6개월간 서서히 흡수 분해된다.
사이버나이프는 무통, 무혈, 무흔의 환자 중심적인 치료법이다. 외과적 수술과 효과는 비슷하면서 마취, 출혈, 감염, 회복 등 수술에 따르는 부담이 없고, 1시간∼1시간30분이면 끝난다. 지름 수 ㎜의 세(細)방사선을 이용하므로 방사선이 집중되지 않는 정상세포는 별 영향 없이 살릴 수 있다.
기존의 방사선 치료는 수 ㎝로 폭넓게 방사선을 쪼여 암세포 주위의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매일 소량씩 5∼8주동안 방사선을 쬐야 한다. 외과 수술은 종양과 조직(후두, 위, 대장 등)을 함께 절제하기 때문에 필요한 기능까지 잃는 부작용이 있다.
'전신 수술'이라고는 해도 여전히 사이버나이프의 적용대상은 한계가 많다. 또 다른 방사선 수술인 감마나이프가 뇌종양에 국한한 것에 비하면 대상이 넓어졌을 뿐이다. 종양의 경계가 깨끗하지 못하고 주위로 번져있는 경우, 폐암처럼 암이 쉽게 전이되는 경우, 방사선에 약한 위, 간 등 장기의 종양에는 사이버나이프 시술이 어렵다.
원자력병원이 지금까지 사이버나이프로 시술한 환자는 뇌종양(56명), 두경부종양(19명), 체부암(21명), 척추종양(24명), 골반종양(13명) 등이다. 류 센터장은 "이밖에 종양이 국소성을 띄는 전립선암, 근육암, 부비동암 등에도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센터장은 "세계적으로 4개국 16대밖에 없는 사이버나이프의 전신 종양 수술사례는 매우 드물었다"며 "지금까지는 다른 치료가 불가능할 때에만 사이버나이프를 시술했지만 앞으로는 국소 종양에 대해 일차적 치료법으로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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