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現代家)의 불운이 계속되고 있다.검찰은 22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 정몽준 현대중공업 전 고문을 소환키로 한 데 이어 23일에는 4,000억원 대북지원의혹 사건과 관련, 정몽헌 현대상선 회장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2000년 3월 '왕자의 난'이후대북 사업에 전념해 온 몽헌 회장에게 출국금지 조치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외자 유치 등을 위해 지난해 9월 미국으로 출국했던 몽헌 회장은 현대상선의 대북지원설이 터지자 4개월 동안 현지에 머물다 11일 귀국했다.
그는 귀국 이틀만에 대북사업 논의차 방북했다가 22일 오후 귀환하는 예상보다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몽헌 회장은 노무현 당선자의 대북정책 기조가 현 정부를 '계승'하고 있는 점에 상당한 안도감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몽헌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강명구 현대택배 부회장이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하는 등 정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 움직임도 감지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미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원 대출 과정에 관여한 박상배 산은 부총재 등 관련자들도 출국금지 조치한 상태다. 이 같은 검찰의 강력한 수사의지는 현대아산을 중심으로 한 대북사업 여건이 어느 정도 호전될 것으로 예상했던 몽헌 회장을 무척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6남인 몽준 현대중공업 전 고문도 사면초가에 몰렸다. 월드컵 4강 신화에 힘입어 차세대 지도자로 급부상했던 그는 지난해 대선전 막판 지지철회 파문을 일으킨 뒤로 급전직하, 노무현 당선자측과 한나라당 등 정치권은 물론, 굳게 믿었던 축구계에서조차 적대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몽준 전 고문은 지난해 11월 후보단일화 토론에서 이익치 전 회장이 한나라당의 사주를 받아 자신에 대한 주가조작 혐의를 제기했다는 주장을 했다가 이 전 회장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됐다.
한나라당은 23일 논평에서 현대전자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그에 대해 "작게 보면 우리 후보, 크게 보면 우리 역사의 등에 비수를 꽂은 사람"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특히 몽준 전 고문은 최근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대한축구협회에서 회장 사퇴요구를 받고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2남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다소 나은 입장이다. 경영 호조에 힘입어 최근 인사에서 3세 구도를 가시화했고 재계의 대통령이라는 전경련 회장을 맡아달라는 '간청'까지 받고 있는 등 상승 무드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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