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은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함께 표시하며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미국은 표면적으로 임동원(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 특보의 평양 파견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카드'가 북 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이미 이달 초 김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방문한 임성준(任晟準)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으로부터 임 특보 특사 파견 방침을 통보받고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 관리들은 한국이 미국과 북한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데는 극도의 거부감을 표시했지만 신 정부 출범 때까지는 핵 위기 해결의 가닥을 잡겠다는 김 대통령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면 사정은 간단하지 않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남북의 '밀착'은 오히려 미국에 대한 공동 압박의 성격을 띨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내에서는 어차피 한국의 새 정부와 핵 문제 해결의 공동보조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물러나는 정부의 마지막 카드가 지닐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 관리들은 임 수석으로부터 한국 정부의 주도적 역할 방침을 전달받고 그리 달가워하지 않은 표정을 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김 대통령의 특사 파견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 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기 이전에 해결해 보려는 한국 정부의 최대한의 노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핵 문제가 안보리로 넘어가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국의 입장이 반영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우려해 온 일본 정부로서도 특사 파견을 환영하며 기대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북 특사는 김 대통령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함께 보낸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이 같은 한국의 성의마저 북한이 거부한다면 국제사회는 더욱 냉담한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AP, 프랑스 AFP 통신, 영국 BBC 방송, 일본 교도(共同)통신 등 외신들은 특사 파견 소식을 "한국이 대화와 협상으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긴급뉴스로 타전하고 해결 전망 등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사태 타개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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