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트 컬린 지음·윤광봉 옮김 열화당 발행·3만원놀이는 삶에 활력을 주는 원초적, 본능적 활동이다. 인간의 축제 기질을 표출하고 있는 놀이문화는 다양한 문화적, 철학적, 주술적 의미를 함축해 한 나라, 한 시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한국의 놀이'는 19세기 말 한반도에서 유행하던 95가지의 놀이를 당시 미국 인류학자의 눈으로 들여다 본 책이다. 놀이 연구전문가인 저자 스튜어트 컬린(1858∼1929)이 구한말 수집한 놀이기구를 바탕으로 분석한 이 책은 100여년 전 유행하던 우리 고유의 놀이 문화 원형을 상세히 보여준다. 중국과 일본의 유사한 놀이를 비교·분석했다는 점에서 비교민속학적 자료로서도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윷놀이를 음양오행과 우주의 심오한 원리를 담은 세계적 놀이로 평가한다. 말판 위에 표시된 주요 포스트 4곳은 동서남북 방위를 나타내며, 도개걸윷모의 조합에 따라 말을 움직이는 것은 오행의 우주 원리와 상통한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윷놀이는 판 위에서 도구를 갖고 하는 모든 놀이의 원형이라고 주장한다. 서양의 체스나 일본의 야사스카리(八道行成)도 윷놀이에서 비롯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윷놀이는 주로 술집에서 돈내기를 하며 즐겼던 매우 불량한 놀이로 기록돼 있다. 또한 저자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에 소장된 윷판의 한자어들이 항우와 유방의 전투와 관련된 송시(訟詩)라는 사실을 통해 윷놀이의 기원이 BC 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을 확인하기도 했다.
저자는 또 골패와 동당(화투놀이) 등 하층민들이 널리 즐겼던 10여 가지 도박에 대해서도 놀이 진행 방식과 원리 등을 꼼꼼히 기록해 두었다. 서민들이 생활필수품까지 걸고 내기 도박을 즐겼다는 증언과 함께 제시된 다양한 도박 방식은 우리 민족의 타고난 도박 기질을 시사하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다.
한편 이 책에는 당시 풍속화가인 기산(基山)의 채색화 22점과 한국 중국 일본의 놀이 관련 자료 도판 151컷이 실려 있어 이해를 돕고 있다. 1895년 미국에서 500부 한정본으로 나왔던 이 책을 일본 히로시마(廣島)대 윤광봉 교수가 5년이 걸려 완역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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