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일그러진 과거에 통렬한 펀치를 날렸습니다." 한국 프로복싱 사상 처음으로 재소자 출신 신인왕이 탄생했다.박명현(23·충의소년단)이 23일 서울 창동고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30회 전국프로복싱신인왕전 슈퍼페더급(58.969㎏이하) 결승(6라운드)에서 육군 탄약지원사령부 소속 운전병 김영준(21·은성체)을 심판 전원일치 판정(3―0)으로 물리쳤다.
친지와 교도소 관계자 100여명의 열광적인 응원속에 링에 오른 박명현(170㎝)은 초반 자신보다 10㎝나 더 크고 스피드도 앞선 상대에게 잇따라 안면 공격을 허용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5라운드에는 상대 펀치에 왼쪽눈을 맞아 눈윗부분이 찢어지는 바람에 피가 눈에 들어가 시야가 흐려지는 악조건에서 경기를 벌였다. 그러나 수인복서의 한이 담긴 주먹은 매서웠다. 박은 침착하게 상대 몸을 파고 들며 주특기인 오른손훅을 앞세워 연달아 깨끗한 복부 및 안면 공격을 퍼부었고, 6라운드에서는 상대가 파울로 감점을 받으면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박명현이 삶이 굴절되기 시작한 것은 고교 2년 때인 97년 5월. 인천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살인죄로 단기 5년, 장기 7년을 선고받았다. 이런 상황속에서 복싱은 그의 인생을 다시 일으켜세웠다. 98년 1월 천안소년교도소로 수감된 뒤 충의소년단 복싱부에 가입하면서부터 새로운 인생길을 걷기 시작했다. 매일 오전 7시부터 2시간 30분, 오후 1시부터 2시간, 하루 모두 4시간반을 복싱에 매달린 박명현은 운동을 통해 절제와 인내를 배워나갔다. 그 결과 1급 모범수로 착실한 수형 생활을 계속하고 있고 실력도 함께 부쩍 늘면서 현재는 복싱부 주장까지 맡고 있다.
박명현은 "앞으로 세계 챔피언에 올라 사각의 링에서 인생역전드라마를 쓰겠다"고 말했다. 박명현은 이날 우승 상금 100만원과 함께 천안교도소로부터 23일 오후 4시부터27일 오후 4시까지 특별 귀휴도 받았다. 천안교도소 관계자는 "내년 5월 만기출소하는 박명현이 앞으로 프로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법무부에 가석방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에는 슈퍼웰터급에서 우승한 강성주(26·와룡체)가 뽑혔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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