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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모나미 인생 송삼석 (51) 思父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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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모나미 인생 송삼석 (51) 思父曲

입력
2003.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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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전북 전주시와 익산시 사이에 있는 완주군 삼례읍이다. 동학혁명을 이야기 할 때 흔히 고부를 떠올리지만, 삼례도 고부 못지않게 동학혁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곳이다. 1차 농민전쟁에서 정부의 포고를 믿고 해산했던 동학교도들이 일본군 출병 소식에 재집결해 동학혁명의 불을 지폈던 곳이 삼례다. 1997년 삼례에 '동학농민혁명 삼례 봉기 기념비'가 세워진 것을 보면 삼례 사람들의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나는 군산시 부암동에서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원래 충남 서천 분이다. 나를 제외한 5남매도 모두 충청도에서 태어났다. 농사를 지으셨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일찍 개화하셨던 탓에 외아들인 아버지는 선교사들이 군산에 세운 '영명학교'를 다녔다. 아버지는 이 학교에 다니며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아버지는 성실하고 총명한 분이셨다. 누구보다 영어 실력이 뛰어났던 덕분에 졸업 후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예수병원 사무장으로 취직했다. 아버지가 받으시던 봉급은 70원이었는데, 당시 일본인 교장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아버지는 병원에 다니면서 틈틈이 약학 공부를 했다. 원래 꿈은 의사였다. 하지만 임상 실험, 실습 등을 할 수 없어 포기했다. 선교사들은 아버님이 의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유학을 돕겠다고 제안했지만 아버지는 거절했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자식들 때문이었다.

그렇게 다정다감하던 아버지는 그러나 한차례 큰 시련을 겪었다. 1919년 3·1운동의 불길이 전국으로 번졌다. 아버지는 그 험한 일제 시대 때도 창씨개명을 하지 않으셨던 분이다. 군산에 3·1 만세 운동의 바람이 불자 아버지도 병원 직원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가 만세 물결에 동참하셨다가 그만 일본 경찰에 체포되고 말았다. 아버지는 징역 1년형을 선고 받고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다. 어머니는 무척 강인한 분이셨다. 어머니는 일주일에 한 두 차례 군산에서 아버지가 형을 살고 있는 대구형무소로 가 꼭 면회를 했다. 어머니는 그렇게 1년 동안 아버지 옥바라지를 하셨다.

아버지는 출옥 후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감옥에 갔다 온 사람, 그것도 일제 통치체제를 반대한 시국사범이 다시 옛 직장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외국인 선교사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병원이었기에 가능했다. 아버지는 병원 근무를 하며 약사 면허증을 땄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군산을 떠나 삼례로 이사해 '송약방'(宋藥房)을 차렸다. 내가 4살 땐가, 5살 때였다.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물건이 하나 있다. 도장이다. 내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닐 때 학기말이 되면 성적표에 부모님 도장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아버지 도장은 참 이상했다. 성적표에 찍힌 아버지의 도장은 한쪽은 빨간데 다른 한쪽은 그냥 맹탕인 도장이었다. 그것도 정확히 반이 나뉜 것이 아니라 이상한 도형 같은 문양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받아 온 도장은 다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아버지 도장에는 없었다. 무슨 뜻이 있는 것인지 형님들에게도 여쭤보곤 했지만 아는 사람들이 없었다. 의문은 1945년 해방이 되어서야 풀렸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해방이 되고 나서야 태극기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간간이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상상력만으로 태극기를 그리기란 무리였다. 아버지의 도장은 바로 태극기의 태극 문양이었다. 아버지는 살벌한 일제 시대 때 당당하게 태극 문양의 도장을 내 성적표에 찍어 일본인 교사에게 제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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