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 회담의 양측 대표단은 23일 오전에 예정됐던 전체회의를 오후로 연기한 채 실무대표 접촉을 잇따라 열어 핵 문제에 관한 의견접근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공동보도문 작성에 어려움을 겪었다.남측은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8차 회담에서 '핵 문제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고 합의한 만큼 이번 공동보도문에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고 핵 위협을 실질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북측의 실천적 조치를 명기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반해 북측은 공동보도문 초안에서 '핵무기 제조 의사가 없으며 핵 개발이 평화적 목적에 이용될 것'이라는 점을 밝히는 한편 외세 위협에 대응한 '민족공조'를 강조하는 문구 삽입을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식 일정 내에 공동보도문이 발표되는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있는 북한이 남북교류의 끈마저 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북측은 이미 적십자회담 실무접촉에서 이산가족 면회소와 관련해 남측 안을 대부분 수용했고, 현재 진행중인 경의·동해선 연결 실무협의회도 먼저 제안한 바 있다. 남측 회담 관계자들은 경협 현안의 최대 걸림돌인 군사분계선(MDL) 통행문제에 대해서도 북측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감지된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에서도 경의·동해선 연결 문제와 금강산 육로관광 등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뤘고, 오는 4월 평양에서 10차 회담 개최에도 양측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도 핵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다"는 남측 이봉조(李鳳朝) 회담 대변인의 발언이나 "답은 나오게 되어 있다"는 북측 김령성 단장이 발언 모두 회담 전망을 밝게 본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공동보도문이 양측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으로 남북의 입장 차이가 정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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