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각국의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모여 그 해의 세계적 화두를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일명 다보스 포럼)가 23일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 개막됐다. 당국의 철통보안 속에 28일까지 계속될 올해 포럼은 특히 유엔사찰단의 이라크 보고서 안보리 제출(27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28일) 등과 맞물려 올해 세계 정세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주목 받고 있다.누가 무얼 논의하나
올해 포럼에는 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 등 각국 지도자 29명과 81명의 각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 1,300여 기업인을 포함해 99개국 2,350여 명이 참석한다.
의제는 '신뢰 구축(Building Trust)'으로 정했다. 지난해 미국 경제를 뒤흔든 거대 기업들의 회계부정 파문을 딛고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 회복에 나서자는 것이 취지이지만 이라크전을 앞둔 서구와 이슬람 간의 갈등 등 사회·문명적 신뢰도 아우른다는 의미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입.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관련해 세계 지도자들에게 파월 장관이 어떤 발언을 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월은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에 이틀 앞선 26일 공식 연설할 예정이다.
북 핵도 핵심 의제
북한 핵 위기도 포럼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특사 자격으로 포럼에 참석하는 정동영(鄭東泳) 민주당 고문은 24일 기조연설에 이어 빌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 주지사, 모리스 스트롱 유엔사무총장 대북특사, 후지사키 이치로 일본 외무성차관보, 미하일 마르겔로프 러시아 연방의회 외무위원장 등과 함께 '북한문제 만찬'을 갖는다.
이 만찬은 정 의원 등 5명의 참석자가 개인 차원에서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주관하는 헤드테이블에서 분야별 토론을 주관한 뒤 이를 종합하는 형태로 이뤄져 국제적 합의가 나올지 주목된다.
반세계화 바람
다보스 포럼이 '세계화의 첨병'처럼 인식되면서 올해도 회의 기간을 전후해 거센 반세계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다보스 포럼의 세계화 방향에 반대하기 위해 2001년 시작된 세계사회포럼(WSF)이 23∼28일 브라질에서 열린다. '또 다른 세계도 가능하다'는 슬로건을 내건 10만여 WSF 참가자들은 지금까지의 단순한 반세계화 항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WSF의 조직자이기도 한 '남미 좌파의 기수'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WSF 개막식에 이어 다보스 포럼에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스위스 당국은 사상 최초로 공군기를 동원, 철통 보안작전에 돌입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다보스 포럼이란
매년 1월말을 전후해 스위스의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의 연례 총회. 전 세계 정치·경제 지도자들 가운데 초청받은 인사만 참가비(약 3,000만원)를 내고 참석하는 '배타적 고급 클럽'의 성격을 띠고 있다.
1971년 독일의 클라우스 슈왑 교수가 유럽 재계 인사를 대상으로 창설, 79년부터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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