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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쇼크… 하루새 3조 허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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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쇼크… 하루새 3조 허공으로

입력
2003.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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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과 주주가치에 대한 실망이 한국 시가총액 2위인 SKT의 주가를 하한가로 곤두박질시켰다. 이 때문에 하루 만에 3조원의 기업가치가 허공으로 사라진 것은 물론 선물시장 왜곡과 기관의 프로그램 매매 혼란 등 증시전체가 휘청거렸다.외국인 투매

23일 주식시장에서 SK텔레콤은 지난해 4분기 실적부진과 올해 과다한 설비투자 계획에 대한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15%나 폭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하한가로 추락한 것은 2000년 4월 17일 미국 증시 폭락으로 종합주가지수가 11.65%나 대폭락한 이 후 2년9개월여 만이며, 내부 악재로 추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주가 폭락으로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15조7,109억원으로 전날(18조4,630억원)보다 3조원 가까이 감소, 3위인 KT(15조5,000억원)와 비슷해졌다. 주가는 20만원마저 붕괴되며 18만5,500원으로 마감,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SK텔레콤 지분 41%를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40만주를 순매도하며 투매에 가까운 매도를 보였고, 시가총액 2위기업을 펀드 포트폴리오에 10%가까이 매입했던 펀드매너저들과 기관투자가들은 갑작스런 주가폭락으로 손을 쓰지 못한 채 발을 굴렀다. 주가폭락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SK텔레콤에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데 주가는 왜 하한가로 떨어지냐"는 투자자들의 항의가 쇄도했다. 그동안 한국의 대표 이동통신기업에 우호적이었던 국내외 애널리스트들도 투자등급을 한꺼번에 낮추며 SK텔레콤을 난타했다.

왜 추락했나

SK텔레콤의 주가하락은 표면적으로 작년 4분기 실적 악화가 결정타로 작용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사측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올해 설비투자를 대폭 확대해 주주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감소시켰다고 분석하고 있다.

22일 2002년 실적과 올해 경영계획을 발표한 SK텔레콤은 연간 실적이 사상 최대라고 연막을 쳤지만 투자자들은 3분기보다 더 나빠진 4분기 실적에 주목하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SKT의 4분기 매출은 2조3,662억원으로 3분기보다 6.4% 늘어났지만, 과다한 마케팅 비용으로 영업이익은 3분기보다 19.4%나 감소했고, 경상이익도 62.5%나 급감했다. 순이익도 1,630억원에 불과해 증권가 예상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업이 장사를 해서 얼마를 남기는지(마진율)를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이 올해 1∼3분기 내내 32.5%∼34.3%를 유지해왔으나 4분기 24.6%로 악화하면서, 단순히 1회성 경비를 과다 반영한데 따른 수익 악화라는 회사측의 변명을 무색케 했다.

SKT가 시장의 부정적인 반응을 예상하고도 올해 투자 규모를 2조5,000억원으로 크게 늘린 것도 현금흐름 악화 우려를 낳으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허물어뜨렸다. SKT는 지난해에도 예상치 1조8,000억원을 초과한 1조9,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SKT가 투자규모를 크게 늘린데 대해 국내외 증권사들은 "투자규모 확대로 이익이 감소하고 결국 주주에게 환원되는 잉여현금도 적어진다"며 투자등급과 목표주가를 잇따라 낮췄다. 잉여 현금을 설비투자에 쓰고 나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지급 등 주주가치를 위해 쓸 돈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올해 3세대 서비스 개시 등에 따른 투자요인이 발생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이처럼 올해 경영목표를 급격하게 변경시킨 것은 정부의 규제위험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나온 것으로 이에 따른 투자자들의 신뢰성 훼손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주가 어디로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의 현재 주가가 '충분한' 가격 조정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회복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추가 하락 우려는 적지만 그만큼 반등 가능성도 낮다는 얘기다. 동원증권 양종인 연구원은 "앞으로 통신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SKT의 마케팅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어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도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이동전화 번호제도 변경안이 27일 통신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어서 통과여부에 따라 주가가 또 한차례 출렁거릴 전망이다. LG투자증권 정승교 연구원은 "실적 악화를 일회성 악재로 받아들이더라도 정책 리스크를 감안한다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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