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가족들 보세요. 막상 이별한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절로 나는군요. 하지만 정직하고 신실하게 맺어왔던 관계로 서로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편안하게 사세요.""누나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가까이 있다고 믿습니다. 하늘나라에서는 이 세상에서 보다 더 행복하게 살자구요. 명복을 빌겠습니다."
주간 '시민의 신문'이 펼치고 있는 '아름다운 유서쓰기 운동'이 신년벽두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서쓰기 운동이란 훗날 자신이 죽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삶을 유서형태로 정리하자는 것으로 아름다운 재단 박원순(朴元淳·48)상임이사가 7일 시민의 신문에 공개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박 이사는 아내에게 쓴 유서에서 "평생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오. 그래도 어느날 이 세상 인연이 다해 내 곁에 온다면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겠소"라며 아내에 대한 속죄와 함께 변함없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했다. 두 자녀에게는 "돈과 지위 이상의 커다란 이상과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 인생을 살기 바란다. 그런 점에서 아빠가 아무런 유산을 남기지 못하는 것을 오히려 큰 유산으로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이 운동은 불과 2주 만에 어른들은 물론, 대학생과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동참해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투명경영의 전도사'로 알려진 KSS해운 박종규(朴鐘圭·68) 회장은 20일 유서를 통해 "시신과 장기는 의학도들의 실험공부를 위해 대학병원에 기증하고 유골은 평생을 함께한 동해바다에 뿌려달라"고 부탁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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