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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밀번호는 무사할까"

입력
2003.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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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번호는 안전합니까.' 나만 알고 있어야 할 카드 비밀번호가 새고 있다. 주로 예금계좌에서 현금을 입출금하는 현금카드나 직불카드의 비밀번호다. 이로 인해 카드와 통장을 함께 갖고 있는 사람도 모르는 사이에 예금계좌에서 돈이 술술 빠져나가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농협 현금카드 비밀번호 유출 사고가 알려진 22일, 시중은행 지점에는 현금카드의 안전 여부를 묻거나 비밀번호 변경을 요청하는 고객 전화가 이어졌다. 문의 전화가 늘어나자 시중은행들은 전산보안팀 긴급회의를 소집, 현금카드 보안성 문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에서도 농협 현금카드와 비슷한 카드가 발급돼 교체되지 않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며 "그러나 시중은행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온종일 부산했다. 카드복제 방지기술을 개발하는 금감원 IT검사연구실도 하루 내내 마그네틱 현금카드 보안문제 관련 대책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번 사건이 "고객 부주의를 틈타 계좌번호를 알아낸 카드위조 전문사기단 소행"이라며 "금융권 전산망이나 비밀번호 암호체계의 보안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1991년 이전에 낡은 암호체계하에서 발행된 카드만 교체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산 보안 전문가들은 현금카드 뒷면 마그네틱 테이프에 계좌정보와 비밀번호 등이 저장되는 현 체계상 현금카드 위조 복제사건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발급 횟수, 카드 고유번호 등 부가정보를 마그네틱 테이프에 추가 저장하면 비밀번호가 유출돼도 위조는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이마저 해킹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위조카드 사범 수사를 전담해 온 일선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보안장치를 강화해도 기술력 있는 전문가는 암호화 체계를 푼 뒤 특정인의 계좌와 비밀번호를 알아내 카드를 복제할 수 있다"며 "회원제 카드를 배포하는 업소의 리드엔라이터기로도 카드복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신용카드에 쓰이는 IC칩의 보안성이 마그네틱보다 뛰어나지만 이것도 복제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강승수(姜承秀) 대장은 "IC칩을 현금카드에 사용해야 카드복제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금융기관과 감독 당국은 카드를 분실하지 않는 한 카드복제는 불가능하다며 '개인별 주의'를 우선 강조하고 있다. 금감원 상시감시2팀 최동준(崔東俊) 팀장은 "현금카드로 돈을 찾을 때 옆 사람 등에게 비밀번호가 노출되지 않게 하고 사용한 거래명세서 용지는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라이버시보호시민행동 정보정책팀 김영홍(金泳弘) 팀장은 "고객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금융기관 실태를 금감원이 나서 전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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