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5분 동안 피를 거꾸로 솟게 하는 영화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멀미가 날 정도로 아찔한 추격장면으로 시작하는 코리 유엔(元奎) 감독의 '트랜스포터'의 첫 대목은 적어도 그런 점에서는 성공적이다.뤽 베송이 제작과 각본을 맡은 이 영화는 가공할 속도를 자랑한다. 범죄조직이 의뢰한 물건을 운반해 주는 트랜스포터 프랭크(제이슨 스태덤)가 시속 200㎞ 이상을 밟으며 프랑스 니스 시내를 질주할 때 관객은 자신이 자동차의 가속기를 밟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돌아가는 카메라와 제이슨 스태덤의 리롄제(李連杰)식 화려한 액션, 스탠리 클라크의 음악으로 숨이 가쁘다.
특수부대 출신으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임무 수행 능력을 자랑하는 프랭크의 인물 설정도 흥미롭다. 익명 거래는 기본이고, 물건의 포장을 열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여기에 무술 솜씨까지 갖췄으니 트랜스포터로서의 자격은 만점이다. 그러나 월 스트리트(맷 슐츠)라는 사람이 의뢰한 가방을 운반하면서부터 그의 운명은 꼬이기 시작한다. 가방 안에 온몸을 포박당한 라이(수치·舒淇)라는 여인이 발견되고, 얼마 뒤 차가 폭파하는 등 예측 못한 곤경이 이어진다.
라이의 아버지 미스터 콰이(릭 영)와 월 스트리트 일당이 수백명의 중국인 밀입국자를 암거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프랭크는 함께 위기를 겪으며 연인이 된 라이의 부탁으로 그들을 구출하는데 몸을 던진다.
독특한 스타일의 액션영화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현격하게 힘이 떨어지는 게 흠. '스내치' 등에서 선보인 영국의 차세대 스타 제이슨 스태덤과 수치의 연기 앙상블도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30일 개봉. 15세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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