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기업 대주주들이 지난해 하반기 주가 하락기에 대규모 주식을 자녀와 재단 등에 증여하거나 상속한 것으로 나타났다.증권거래소가 22일 발표한 '2002년도 상장법인 주식 증여 및 상속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 대주주의 주식 증여는 45건에 금액으로는 4,485억2,200만원으로 2001년(2,072억4,900만원)보다 116.42% 증가했다. 국내 기업의 주식 증여액은 2000년 1,215억8,500만원에 불과했으나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주식 증여액이 대폭 증가한 것은 주가가 높은 기업 대주주의 주식 증여가 늘어난 데다 작년 하반기 주가 하락기를 틈타 대주주 2세에 대한 지분증여가 대규모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금강고려화학 정상영 명예회장은 정몽진 회장 등 아들 3명에게 금강고려 주식 65만주(783억2,500만원)를 증여했고 태영 윤세영 회장은 장남인 윤석민 SBSi 대표 등에게 태영 주식 113만2,123주(346억4,300만원)를 증여했다.
상장·등록주식의 증여세 부과기준은 거래일 종가로 계산되기 때문에 주가하락기에 증여하면 대주주 입장에서는 세금부담이 줄어드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월 1∼5건에 불과하던 주식 증여 건수는 주가하락기인 10∼12월에는 21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상무는 장학재단에 삼성전자 주식 44만8,710주(1,377억5,400만원)를 증여해 금액 면에서 가장 많았고, SK 최태원 회장은 SK증권 부실 방지를 위해 800만주(125억원)를 증여해 증여 주식수 1위를 차지했다.
또 작고한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은 대한항공 주식 472만5,077주(649억7,000만원)와 한진 주식 45만2,451주(58억8,200만원)를 학교법인 인하학원 등에 증여했다.
한편 국세청은 상장기업 대주주들이 지난해 주가하락기에 2세들에게 주식을 대거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제대로 신고했는지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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