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초대 총리로 고건(高建) 전 총리가 내정된 데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갈린다.고 전 총리의 오랜 공직경험과 새 정부의 첫 총리라는 점을 중시, 무난한 국회인준을 점치는 의원들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수대 정권에 걸친 고위 공직 경력 등에 거부감을 보이며 인준 반대를 공언한 이들도 적지 않다. 또 상당수는 "인사청문회를 지켜보자"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선 한나라당이 내달 인준 표결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지난 해 장상(張裳) 장대환(張大煥) 총리서리도 처음엔 평이 좋았으나 청문회를 거치며 여론이 나빠져 낙마했다"며 "모든 것은 청문회 결과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에는 5년 전 DJ정부 출범 당시 김종필(金鍾泌) 총리서리 인준에 반대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전례를 들어 검증은 철저히 하되 인준에는 동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김형오(金炯旿) 의원은 "결정적 흠결이 발견되지 않는 한 첫 총리는 인정해주는 게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 소속 권오을(權五乙) 의원도 "참신한 인물을 기용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고 전 총리의 능력은 이미 검증된 만큼 인준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기류에는 비록 언론에 사실상 공개되긴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22일 공식 총리 지명에 앞서 한나라당사를 방문, 지명자를 통보키로 하는 등 '성의'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 전 총리가 한나라당 전신인 민정당과 신한국당이 집권하고 있을 때 연을 맺은 인맥이 당내에 폭 넓게 포진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진인 S의원은 "고 전 총리와 워낙 가까운 사이라 찬성할 수 밖에 없지만, 당 분위기가 어떨 지 모르므로 내 이름은 쓰지 말아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반면 이부영(李富榮) 의원 등 개혁파 의원 10명이 참여하고 있는 '국민 속으로'는 이날 성명을 발표, 고 전 총리 인준에 강하게 반대했다. 이들은 "고 전 총리는 국민의 변화욕구와 거리가 먼 무사안일형 인물"이라며 노 당선자의 총리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당 지도부의 대여 강경노선을 비판하며 새 정부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던 이들의 집단 반기(反旗)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 그래도 여권과 각을 세우고 있는 영남권 중심의 보수파와 이들이 한 데 뭉칠 경우 총리 인준이 난기류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경남의 K의원은 "고 전 총리는 행정의 달인이 아닌 처세의 달인"이라며 "고 전 총리의 이력이 청문회의 조명을 받는 것은 처음인 만큼 제대로 손을 봐야 한다는 중진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최근 '3대 의혹사건' 처리문제 등을 둘러싸고 신주류와 갈등을 빚고 있는 민주당내 구주류 일부가 혹시라도 이탈표를 던진다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가설도 나온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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