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북한산 관통도로 등 환경파괴 문제로 장기 표류하고 있는 대규모 국책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 두 사안 모두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의 대선 공약사항에 따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최근 이들 사업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지만, 관련 부처는 여전히 사업 추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년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있는 이들 사안이 어떤 방식으로 매듭지어지느냐가 노당선자의 환경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북한산 관통도로
북한산 관통도로는 개발과 환경 보존 정책이 극단적으로 갈등을 일으킨 사안이다. 사업 착공에 들어갔던 2001년 11월 이후 1년 3개월째 논란을 끌어온 북한산 관통도로는 인수위가 최근 도로 시행사와 불교계 등이 참여한 노선조사위원회를 만들어 대안노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사태 해결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8월 불교계와 시행사간 노선조사위원회가 가동됐던 적이 있지만 워낙 의견차가 커 접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됐을 만큼 양측의 입장은 팽팽한 평행선을 긋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북한산 관통도로는 2006년말 완공예정인 고양시 덕양구 오금동∼남양주시 별내면 화접리간 36.3㎞의 외곽순환고속도로 중 북한산 국립공원 4.6㎞를 터널로 통과하는 구간. 환경단체들은 "개발의 마지막 보루인 국립공원에 도로가 뚫린다면, 앞으로 환경보존의 논리가 어떻게 자리잡을 수 있겠느냐"고 주장한다. 국립공원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환경단체들에게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문제가 복잡해진 것은 실상 다른 대안 노선이 뚜렷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인수위의 재검토 방침에 따라 유력하게 떠오르는 노선은 북한산 국립공원 끝자락을 우회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우회노선은 북한산의 더 많은 산림을 파괴할 것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립공원지역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환경파괴가 덜한 터널식 방법으로 짧게 통과하는 현행 노선이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낫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으로 환경단체가 제시한 노선은 의정부 외곽 전체를 우회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것은 건교부나 시공사가 수용하기 힘든 요구 구간이 당초 안보다 10㎞ 더 늘어나며 공사비도 7,100억원이 추가 소요된다. 경제성이 극히 낮아질 뿐만 아니라 이 구간을 선택할 수 없을 정도로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되어있는 상황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 구간과 연결되는 수락산 터널은 500여m, 불암산 터널구간은 600여m 파들어간 상태"라며 "재검토를 하더라도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의정부 외곽 우회노선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환경단체들은 그러나 "지난해 대안노선을 검토하기로 한 이후에도 시공사가 공사를 강행했다"며 "더 이상 이런 밀어부치기식 공사 강행의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합의점이 도출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경인운하
한강 하류 생태계 파괴문제로 논란을 빚으며 2년 이상 표류하고 있는 경인운하 건설은 '경제적 실효성'조차 검증하지 못한데다 '경제성 조작 논란'까지 제기돼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불러일으키고있다.
건교부는 공식적으로는 "한국개발원(KDI)에 의뢰한 연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20일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는 "KDI의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8개 시나리오로 나눠 평가한 결과 1개만을 빼고 모두 경제성이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증폭된 상태. 환경정의시민연대는 이에 대해 "건교부가 KDI에 압력을 행사해 연구결과를 조작, 은폐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경제성 조작 논란이 불거진 데는 KDI가 지난해 8월 연구결과를 내놓기로 했지만, 뚜렷한 이유없이 두 차례나 용역기간이 연장된 데서 비롯됐다. 당시 KDI의 연구결과 B/C(비용대비 경제효과)가 0.8∼0.9 수준으로 경제적 타당성 인정기준(1.0)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해 10월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내놓은 경제성 결과도 0.95에 불과했다. 환경정의시민연대측은 이번에 나온 KDI 결과도 경인운하의 핵심 사업인 방수로 건설사업비용을 포함하지 않는 등 수치조작으로 경제성을 부풀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개화동과 인천 서구 경서동을 잇는 길이 18㎞의 경인운하 사업은 총 1조8,429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서해와 서울을 해운으로 직접 연결, 물류 수송비용을 줄이고 내륙교통난을 완화할 목적으로 90년대 중반부터 추진됐지만 환경단체들은 한강 하류의 수질과 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오염될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이 때문에 환경부도 2년 6개월동안 환경영향평가를 4차례나 보완토록 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서왕진(徐旺眞) 환경정의 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그동안 야기된 대규모 환경파괴 문제는 정부가 주도한 대규모 국책사업 때문에 비롯된 것이었다"며 "무분별한 개발 정책을 극복하는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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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입안때부터 환경성 평가 "전략환경평가제" 관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최근 도입 검토의사를 밝힌 '전략환경영향평가제'가 대형 국책 사업의 환경파괴 논란 문제를 불식시킬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제는 신도시 개발 등 대규모 국책 사업이나 각종 개발 정책수립 시 정책 입안 단계에서부터 환경성을 평가하는 제도. 아직 구체화된 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현행 환경영향평가제도의 문제점을 보완, 정책 자체의 환경파괴적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현행 환경영향평가제의 문제는 각 정부 부처가 개발 정책을 이미 수립한 이후 환경부와 환경영향성에 대해 협의를 하기 때문에 환경파괴적인 개발계획 자체를 원점으로 돌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개발계획 시행이 전제된 상태에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지만 자칫 환경영향평가가 개발 정책에 면죄부를 주며 들러리를 서게 되는 꼴인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개발정책의 수립이 전제된 상태에서 전개되는 경제적 합리성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매번 개발과 환경보존 간에 충돌이 빚어졌다"며 "정책 입안단계에서부터 환경성을 평가하면 상당부분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가뜩이나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각종 정책 시행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불만을 토로해온 개발 부처들이 정책 입안단계에까지 환경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이 제도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송용창기자
■환경단체, 盧에 불만?
노무현 당선자와 일반 시민단체간에는 끈끈한 밀월관계가 형성돼 있지만, 유독 환경단체들 사이에서는 노 당선자에 대한 불만이 높다.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최근 "노무현 정부가 반환경적 정부가 될 것을 우려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데 이어 20일 "노무현 당선자는 김대중 정부의 대규모 환경파괴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며 집회를 갖는 등 연일 맹공을 가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이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노무현 정부를 겨냥해 벌써부터 비판의 칼날을 곧추 세우기 시작한 것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 때부터. 인수위에 환경 담당자가 전문위원으로 고작 1명밖에 참여하고 있지 않으며 인수위가 확정 발표한 10대 국정개혁과제에서 환경 분야가 사실상 제외되다시피 했기 때문.
김타균(金他均) 녹색연합 정책실장은 "인수위가 '낡은 개발논리 극복과 환경친화적 개발'이란 패러다임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수위 구성에서부터 친환경적 정부에 대한 기대가 이미 물 건너간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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