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벨트에 엉덩이가 보일 듯한 체크무늬의 골반바지, 쫄티나 다름없는 티셔츠….20일(한국시간) 끝난 미 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을 통해 호주의 신예 아론 배들리(21)는 자유분방한 신세대 패션만큼이나 신선한 기대감을 골프팬들에게 안겨줬다. 연장 접전 끝에 우승트로피를 안은 어니 엘스(남아공)는 "배들리가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앞으로 많은 우승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의 골프전문지 골프월드의 편집장인 론 시락은 타이거 우즈에 견줄 만한 배들리의 질주에 기존 골프선수들은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들리에게는 이번 대회가 PGA 공식 데뷔전. 2000년 프로입문 이후 2년동안 PGA 출전자격을 얻지 못하던 그는 지난 해 마이너리그격인 바이닷컴투어에서 상금랭킹 10위를 차지하면서 올해 PGA 투어에 합류했다. 데뷔전을 통해 배들리는 1999년 18살의 나이에 그렉 노먼(호주),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 등을 물리치고 호주 오픈 사상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그의 명성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배들리는 평균 비거리 302.5야드(랭킹 5위)에 이르는 호쾌한 드라이버를 과시해 294야드인 타이거 우즈를 무색케 했다. 퍼팅 실력은 더욱 놀랍다. 홀당 평균 1.614타로 3위에 랭크, 1.766타(83위)인 우즈를 크게 능가하고 있다. 강인한 정신력도 돋보인다. 스포츠 전문케이블 ESPN은 우즈가 1996년 그레이터 밀워키오픈에서 60위의 초라한 성적으로 데뷔한 점을 들면서 배들리는 나이에 걸맞지 않는 냉정함과 성숙함으로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소개했다.
배들리의 숙제는 67.5%로 107위 수준에 그친 그린적중률을 높이는 것. 경기후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 2승 정도를 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배들리는 골프 스승인 세계적 교습가 데이비드 리드베터로부터 아이언 샷 교정을 받을 계획이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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