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형, 투자가형, 쿼터백형‥. '대한민국 1%'를 겨냥한 금융권의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PB) 서비스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PB는 소수의 고액자산가를 겨냥한 종합금융서비스. 최근 PB 한국사업본부를 설립한 미국계 씨티그룹은 국내 순자산 50억원 이상 또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을 고액자산가로 규정했다. VIP고객을 위한 PB센터 설립, 차별화한 금융상품 개발, 부가서비스 실시 등 다양한 PB서비스를 유형별로 소개한다.집사형(자산보전형)
국내 대부분의 PB서비스는 고객의 자산을 잘 관리하는데 치중하는 집사(執事)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고액자산가들이 리스크가 높은 공격적인 투자 대신 원금 보전과 세금 감면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자산관리를 비롯한 다양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통해 부자 고객을 가능한 한 많이 유치하기 위해 PB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한 이유다. 대표적 집사형 서비스는 각 은행의 PB전담센터를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 파인 프레스티지 클럽(기업), 골드 앤 와이즈(국민),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센터(외환), 골드 클럽(하나), 로얄 플라자(한미) 등 특급호텔 버금가는 PB전담센터를 통해 다양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중 우리은행의 종합자산관리서비스는 경제상황과 금리동향에 따라 최적의 투자상품을 선정해주는 것이 특징. 예금평균 잔액 4,000만원 이상 고객을 상대로 '우리노블닷컴'이라는 전용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상담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신한은행은 부동산 임대관리를 비롯해 세무 법률 자금 관리 등을 포함하는 부동산종합관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투자가형(자산운용형)
은행들은 집사형 서비스를 위주로 하면서 특화 금융상품을 통해 미국식 투자가형 PB서비스를 일부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조흥은행의 '웰스 익스플로러'. 거액 단기자금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이 상품은 금리가 비교적 높은 어음관리계좌(CMA)와 입출금이 자유로운 저축예금, 증권사의 위탁계좌가 서로 연결돼 있어 단기자금 관리에 적합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뱅크원 단기 채권펀드'와 '웰스플랜통장' 등 2종류의 특화상품을 판매 중. 뱅크원 단기 채권펀드는 미국 재정증권과 미 정부 관련기관이 보증하는 부동산담보증권(MBS)에 75∼80% 투자하고, 나머지 20∼25%는 미국 신용평가회사의 최고등급(AAA)의 회사채에 투자한다. 가입금액은 1,000만원 이상. 웰스플랜통장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저축예금으로 잔액이 3,000만원을 넘으면 자동으로 고금리인 MMDA계좌로 이체된다.
쿼터백형
자산보전과 운용의 절충형인 쿼터백형은 아직 국내에 생소한 개념. 씨티그룹이 최근 마련한 종합재무관리 서비스가 이에 해당된다. 이재형 씨티그룹 PB한국사업본부 대표는 "종합재무관리 서비스는 고객 개인의 자산관리는 물론 부채 및 리스크 관리까지 포괄하는 신개념 PB서비스"라며 "안정성과 고수익을 겸비해 미식축구에 볼을 공격수에 배급하는 쿼터백형 PB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은행상품 뿐만 아니라 뮤추얼펀드와 파생상품 투자로 자산운용 수익을 늘리고, 부채와 리스크 관리를 통해 자산보전에 만전을 기한다는 설명이다.
한계와 문제점
은행들이 너도나도 PB경쟁에 뛰어들어 호화 PB센터 설립, 고액연봉 PB전문가 영입 등 과잉경쟁하는 바람에 제살깎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이 세무 법률 상담은 기본으로 생각하고 심지어 헬스케어, 골프부킹까지 요구할 만큼 눈높이가 높아져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액자산가들의 주 관심사가 자산운용보다는 절세에 쏠려있는 것도 국내 PB시장의 한계로 지적된다. 이재형 대표는 "무조건 세금을 안 내게 해달라는 식의 PB에 대한 고객들의 그릇된 마인드와 철학을 바꾸는 데는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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