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경제를 이끌어 가는 주체는 기업, 정부, 그리고 개인이다. 우리 경제가 선진 경제로 진입하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경제위기를 이겨내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이 세 경제 주체들이 지니고 있는 취약점이 개선되어야 한다.먼저, 우리 기업의 최대 약점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쟁력 부족이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시대, 무한 경쟁시대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산성과 경쟁력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얼마 전 산업자원부의 용역 보고서는 우리 기업의 기술혁신과 제도개혁의 성과를 나타내는 총요소생산성이 1996년 이후 계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증가율이 현저히 낮다고 지적한 바 있다.
수출경쟁력에 있어서도 우리 기업의 위상은 매우 취약하다. 작년 하반기 어느 전문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시장에서 1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상품은 2000년의 경우 전체 5,033개 품목 중 1.6%인 81개에 불과했고 그나마 96년의 91개에서 4년 만에 10개가 줄었다. 반면 중국은 세계 1위 품목이 731개로 우리의 9배, 일본은 379개로 우리의 5배에 달하고 있다.
둘째, 정부부문에서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문제점은 민간 부문에 대한 과다 규제이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정부 규제는 98년의 10,717건에서 작년의 7,373건으로 30% 이상 감소했으나 그 효과에 있어서는 크게 달라진 게 없고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이다. 국내 외국기업에게 물어봐도 기업활동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은 정부의 과다 규제다.
이것은 비단 외국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 국내 일간지들에 실린 톱 또는 중간 톱기사의 제목 몇 개를 살펴보자.'정부규제 피해 해외로 기업 이민','공장 지을땐 관청 100번 오가야', '원스톱 믿다가 올스톱 되기도' 등등. 도대체 이게 사실일 수 있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100번이 과장이라면 절반으로 잘라 50번이라고 하자. 그래도 우리 정부가 지향하는 '원스톱 서비스'까지는 참으로 요원하다.
셋째, 개인부문에서 우리 경제의 선진 경제 진입을 저해하는 최대 걸림돌은 글로벌 경제의식의 결여이다. 우리는 디지털 시대, 글로벌 시대에 살면서 여전히 폐쇄적인 전근대적 의식구조에 갇혀 있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것을 잘 수용하지 못한다.
우리와 다른 것에 대한 거부와 배척의 대표적인 사례는 화교 문제이다.'세계 어느 곳에서도 살아 남는 생존력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화교들도 견디지 못하고 쫓겨나는 유일한 나라가 있다. 그 나라가 한국이다. 세계 모든 대도시에 차이나타운이 있는데 유일하게 그것이 없는 도시가 있다. 그것이 서울이다.' 이것은 얼마 전 영국의 유력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기사 내용이다.
올 한해 우리가 맞을 글로벌 경제의 파고는 결코 순탄치 않다. 불투명한 시계(視界) 속에서 들려오는 격랑의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경제, 금년 한해도 어디로 가야 하는가.' 대답은 역시'변화와 개혁의 길'일 수밖에 없다.
'GE(제너럴일렉트릭) 신화'를 일구어 냈던 잭 웰치는 지금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외부의 변화 속도가 내부의 변화 속도를 앞지를 때 그때가 파국의 시작이다'라고. 그리고 또'할 수 없이 변화를 당하기 전에 스스로 변화하라'고. 기업 정부 개인의 세 주체가 일심동체로 각자의 취약점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되돌아보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개혁하는 것만이 글로벌 시대, 무한경쟁시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계 식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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