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일산에서 남편과 자영업을 하는 주부 정민정(37)씨는 새해 초 국내 투신사가 판매하는 1년짜리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 올들어 아파트가격 안정으로 부동산 투자 매력이 적어진 데다 은행 예금을 하자니 낮은 금리가 마음에 걸리던 터에, 올 하반기부터 주식시장이 좀 살아날 것이라는 예측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증시가 좋아진다지만 섣불리 주식을 사서 직접 투자를 하다 낭패를 본 친구들이 많아 망설였지만, 매월 10만∼20만원씩 여윳돈을 적립하면 펀드매니저가 주식과 채권에 나눠 운용해 투자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 내용에 매력을 느꼈다. 정 씨는 "직접 투자의 위험을 피해 목돈을 불릴 수 있는데다 월 적립액 제한이 없어 편리하다"고 했다.적금처럼 소액으로 나눠 투자하는 '적립식펀드'가 잇따라 출시 돼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대형 투신사들이 펀드 장기화와 소액투자자 유치를 위해 상품화한 것을 계기로, 올들어 은행·증권사들까지 뛰어들어 잇따라 새 상품이 선보이고 있다.
주식과 채권에 나눠 투자
적립식 펀드는 주식과 채권 가운데 어디에 더 많이 투자하느냐에 따라 주식형(주식 비중 60% 이상)과 채권형(채권 비중만 60% 이상), 혼합형(주식 30% 이하 나머지 채권 등 단기투자상품)으로 나뉜다.
랜드마크투신은 이달 2일 주식형 적립식펀드인 '국민 1억만들기 주식투자신탁'을 개발, 국민은행 등에서 소액 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해 하루 만에 8억원을 유치했다. 국민투신과 제일투신도 같은 날 주식형 2종과 채권형 1종을 각각 선보였다. 이 회사 윤창선 마케팅전략팀장은 "개인별로 일정한 목표금액을 설정해서 거기에 도달 하면 일반 채권형으로 전환하기 때문에 소액으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고객에게 제격"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주식에 30% 이상 투자하는 혼합형(KB스타적립식혼합투자신탁)과 전액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빅& 세이프 적립식 채권 투자신탁) 등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 상품을 출시한 현대투신(드림투자적금)과 대한투신(스마트플랜엄브랠러)은 출시 3개월여 만에 30억원 이상을 유치했고 11월에 상품을 내놓은 삼성투신(삼성웰스플랜적립식저축)도 설정액이 18억원을 넘어서는 등 소액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투의 스마트플랜엄브랠러는 투자 유형별로 1년에 12회까지는 수수료 없이 펀드를 자유롭게 옮겨다닐 수 있다.
특징 및 투자 요령
적립식 펀드는 매월 일정액을 적립한다는 점에서 은행 적금과 비슷하지만, 적금이 매월 일정액을 적립해야 하는 반면 펀드는 가입비(10만원 정도)를 낸 뒤 매월 넣는 금액은 투자자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현대투신 김석진 마케팅팀장은 "투자자들은 주식이 쌀 때는 많이 넣고 비쌀 때는 적게 적립하는 소액 분할투자로 주식 매입단가를 낮추고 가격변동 위험을 줄이는 이중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운용사 입장에서도 장기간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시장 안팎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가입 연령 제한이 없고 시장 상황에 따라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도 가능한 만큼 대학교육비·결혼자금·주택자금 등을 마련하는데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주가하락·채권 매매 손실 등으로 투자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는 만큼 가입 시기 및 투자 타이밍과 주식·채권 편입비중 등 상품내용을 잘 살펴야 한다. 안정적 투자를 원한다면 채권형을 선택하는 것이 원금 손실 우려가 낮지만 펀드로서의 매력은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여러 차례 분산투자를 통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3년 이상의 중장기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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