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국무총리 내정자 발표에 앞서 한나라당과 사전 협의를 하기로 한 것은 총리 인준 절차를 마찰 없이 마무리하겠다는 현실적 고려가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노 당선자가 18일 여야 총무와의 회담 등에서 밝힌 대로 향후 초당적 정국운영과 대화 정치를 통해 여야 협조관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사전 협의는 총리 내정자를 확정한 후 협조를 요청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복수후보 가운데 한나라당의 낙점을 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낙연(李洛淵) 당선자 대변인은 20일 "내용을 통보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협의 과정에서 노 당선자와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 간의 회동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계륜(申溪輪) 당선자 비서실장은 이날 "당사자에게 통보하기 전에 서 대표와 협의할 것"이라며 "전화로 제안할 수도 있고 서 대표가 원하면 (노 당선자와) 만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도 "총리 내정자의 윤곽이 드러나는 대로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 일각에서는 "모양새 갖추기일 뿐"이라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복수 후보에 대한 의견을 묻거나 야당의 견해를 일부 반영해 주는 것이 아니라면 일방적인 통보와 다를 것이 없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인준을 해 주면 그만이지 장단까지 맞춰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노 당선자 측은 이와 관련, 총리 내정자가 공식 발표 전에 한나라당을 방문해 인사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다만 이 경우 아무래도 비정상적인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여 내부적으로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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