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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슬받아 훈련한 스키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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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슬받아 훈련한 스키점프

입력
2003.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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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키점프 대표팀의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금메달 낭보가 전해진 19일 아침. 한국일보 체육부에서는 쑥스러운 해프닝이 빚어졌다. 막상 금메달 소식은 접했지만 스키점프가 어떤 종목이고 어떻게 치러지는지 정확히 아는 부원이 없었던 것. '뭐 점프대에서 뛰어 멀리 날아가는 거 아냐'란 얼버무림식 답변도 튀어나왔다. 스키 담당기자도 제대로 알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자괴감을 잠시 접어두고 급한 마음에 대회 첫 금메달을 딴 강칠구의 비상하는 사진을 찾기 위해 이곳 저곳을 뒤졌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없었다. 외신들도 무관심했다. 결국 대다수 신문들은 20일자 초판에 강칠구의 비상하는 모습을 싣지 못했고, 모 신문은 궁여지책으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당시 강칠구의 경기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스키점프를 수시간 동안 '연구'한 후 기사를 작성하고 원고를 마감했지만 기자로서의 자책감은 지울 수 없었다. 그 한편으로는 소외된 스포츠종목의 현실을 체감하는 데 동참한 것 같아 조그만 위안이 됐다.

스키점프는 국내에서는 대표적인 소외종목이다. 등록선수가 7명에 불과하다. 무주리조트의 스키점프대가 유일한 시설이고, 겨울에 눈이 오지 않으면 인공 눈을 뿌릴 돈이 없어 선수들은 사재를 털어가며 외국을 전전해야만 했다. 여름엔 잔디활강시설에 물을 뿌려줄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선수들의 화상이 속출하기도 했다. "아침이슬이 잔디에서 증발하기 전에 훈련하기 위해 새벽 4시에 나가는 모습이 가장 안쓰럽다"는 대표팀 감독 부인의 말은 가슴을 찡하게 한다. 소외종목, 소외된 곳은 스키점프만이 아니다. 무료 입장을 시켜도 관중들이 오지않는 종목이 허다하고, 스키점프 선수들 보다 더 힘겨워 하는 우리 주변의 그늘진 곳은 더 많다. '모든 곳에 햇살을'을 외치는 것은 비현실적인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양지와 음지가 그 모습 그대로 유지되는 한 스키점프 금메달 신화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

박희정 체육부 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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