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되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존속하게 되었다. 존속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전국 7만3,000여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한 3일간의 전자투표에 2만1,000여명이 투표에 참여해 62.52%의 찬성으로 존속이 결정됐다고 한다. 노사모는 23일부터 모임의 명칭 변경여부를 묻는 투표를 하게 된다.우리는 이 결정을 보면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품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표현했듯이, 선진국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참여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찬사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노사모가 우리 정치문화를 바꾸는데 기여한 공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 힘을 바탕으로 노 당선자가 약속한 여러 분야의 개혁을 지원하기 위한 버팀목의 역할을 다 하겠다는 존속논리가 얼핏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노무현을 감시하는 모임으로 성격을 바꾸자는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런 기대보다는 최고 권력자를 사랑하는 거대한 사조직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대선 후 노사모의 진로를 놓고 벌어진 자체토론에서 가장 주목받은 해체론의 이유는 권력화 우려였다. 노사모의 진로논의를 바라본 많은 사람들이 걱정해 온 것도 바로 그 점이다.
노 당선자는 18일 국민과의 토론에서 제2, 제3의 노무현을 찾아내 정치적인 스타로 만들어달라는 뜻으로 노사모의 또 다른 역할을 주문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석별의 정을 담아서 한 말이라고 했다. 그것이 당선자의 뜻이라면 노사모는 발전적으로 해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미련이 있는 회원은 당이나 다른 시민단체로 가면 된다. 권력자와 연이 닿는 사람과 조직은 적을수록 좋다. 민주산악회 같은 사조직의 영욕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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