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 노동정책의 기본철학과 방향을 놓고 출범 전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더욱이 몇 가지 쟁점에 관해서는 정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그리고 이해집단 간에 이견이 표출되고 있는 듯이 비쳐지고 있다. 노사문제는 성장과 분배의 균형 달성에 주요 변수인 만큼 이해집단간에 컨센서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지금은 무슨 정책을 결정하는 단계가 아니라 토론을 통해 기본방향을 모색하는 때이므로 너무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인수위에서 논의하고있는 노동정책을 마치 확정된 것으로 인식해 이해집단이 성급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노무현 당선자의 노동관과 기본 철학이다. 노 당선자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고 싶은 나라, 열심히 일하면 땀 흘린 만큼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을 천명했다. 인수위가 이러한 노 당선자의 의지를 구체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데 간과해서는 안될 세가지 원칙이 있다.
먼저 새 정부는 DJ정부와 차별화한 역사성을 가져야 한다. 현 정부의 지난 5년이 IMF 경제위기를 관리한 시대였다면, 차기정부 시대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기이다. 다음으로 새 정부는 어떤 노동정책을 펼 것인지에 관해 확실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노 당선자는 '반칙이 없는 원칙이 바로 서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새 정부는 지금 노동부문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반칙 때문에 노사 모두 불만이 폭발 직전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원칙을 지키겠다는 노 당선자의 분명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노사 모두 반신반의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노동정책이 말 따로 행동 따로 식이어서 노사 양측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끝으로 사회통합의 원칙이다. 노 당선자는 노력여하에 따라 과거 어느 대통령도 이루지 못했던 가장 확실한 통합을 이룰 수 있다. 국민들은 지난 대선에서 노 당선자에게 지역, 성별, 학력의 벽을 깨뜨릴 정치지도자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에 표를 몰아주었다. 노 당선자는 이런 기대를 저버려선 안 된다. 노동부문에서 통합이란 노사 어느 쪽으로도 편향됨 없이 정제된 정책으로 노사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다. 이 세 원칙에서 노동정책을 정리한다면 새 정부는 역사적으로 성공한 정부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긴요한 것은 현 정부와 인수위원회가 세 원칙에 입각한 해법을 통해 주요 현안과제를 말끔히 정리하는 데에 합심 협력하는 것이다.
첫째, 노사정위원회 개편 문제이다. 노 당선자는 대선기간 사회협약기구를 강화할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따라서 향후 개편방향은 구조개편보다는 기능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재의 노사정위 구도는 유럽국가모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강력한 모형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 동일노동, 동일가치의 문제이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서도 규정되어 있는 원칙이다. 노·사·정 3자는 이미 국제 규범화한 사항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에 매달릴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수준에서 대책을 만드는데 노력해야 한다. 노사정위에 국민참여센터와 같은 부당노동신고센터를 만들어 부당한 차별행위를 시정해 나가는 방안도 고려할만하다.
셋째, 근로시간단축 및 주5일 근무제 처리 문제이다. 현 정부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이상 여야는 이번 임시국회에 국민의 바람에 부응하는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 노사 역시 서로의 주장만 고집하며 반목만 키우지 말고 국회처리과정을 지켜보는 자세가 긴요하다.
현정부, 여야 그리고 인수위가 상호 협력하여 우리나라 국운이 걸려있는 5년을 준비하는데 지혜를 모아줄 것을 기대한다. 노동정책은 분배뿐 아니라 성장에도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 한 승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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