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삼성생명, 대한생명 등 재벌계 금융회사가 운용자산을 계열 투신사에 몰아주기식으로 위탁, 수탁액을 늘려주는 행위를 막기위해 계열 투신에 대한 자산운용 위탁규모에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특정 재벌이 보험·증권업을 지렛대로 삼아 투신권까지 장악하는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19일 "산업자본의 2금융권 지배를 막기위해서는, 재벌로부터 계열 금융사를 떼내는 것과 함께 2금융권내에서 재벌의 시장지배력 확장을 억제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며 "이는 재벌계 투신권이 비금융계열사의 주식매입을 통해 대주주의 경영권 안정을 도모하는 데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재경부 금감위 등의 업무보고 과정에서 재벌계 보험사의 자산운용 외부위탁을 통한 투신권 장악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아울러 재벌계 증권사가 계열 투신의 수익증권만 집중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책을 강구해줄 것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보험사 등의 자산운용 외부위탁을 전면 허용하는 과정에서 금융감독위원회 실무라인이 계열 투신에 대한 위탁한도 설정을 강력하게 제기했으나, 일부 민간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인수위측 의지가 강한 만큼 이를 재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투신권에서는 '계열 투신 몰아주기'에 대한 제한이 없을 경우, 삼성투신·한화투신 등으로의 자금집중과 이에 따른 투신권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삼성투신의 시장점유율은 1999년 3월 9.66%에서 지난해 10월말 13.31%로 상승, 3년6개월 여만에 기존 3대 투신(대투·한투·현투)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또 31개 투신사 중 금융그룹 계열의 점유율이 하락한 가운데 삼성·제일·한화투신 등 11개 산업자본계열은 점유율이 10.48%포인트 상승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은 삼성생명·삼성전자 등 계열사가 운용자산과 여유자금을 삼성투신에 몰아주고, 삼성증권이 삼성투신 수익증권을 집중 판매한 결과"라며 "재벌계 투신권은 다시 계열사 지분을 취득, 의결권 행사·소액주주 지분 감소 등의 방법으로 대주주의 안정적인 그룹지배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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