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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서적 수집가 김준목씨/"호색한" 카사노바 편견 벗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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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서적 수집가 김준목씨/"호색한" 카사노바 편견 벗겼죠

입력
2003.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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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식기 세척기나 전기 계측기를 생산해 납품하는 중소기업과 국내 유일의 고서적 전문 사이트 안티쿠스(www.antiquus.co.kr)를 운영하는 '사장님'이다.하지만 이제부터는 김준목(41)씨를 '카사노바를 구한 사나이'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우리가 흔히 '호색한' 정도로 알고 있는 카사노바에 대한 별난 관심과 열정으로 전혀 새로운 그의 모습을 되살리는 데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고서를 모으던 중 우연히 1920년에 나온 카사노바 자서전 영문판을 만났고, 그 책을 통해 그가 단순한 바람둥이가 아니라 출중한 지적 재능의 소유자이자 자유와 평등의 철학을 전파한 계몽주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김씨는 카사노바를 연구하는 사람이란 뜻의 '카사노비스트' 후보가 됐고, 최근 '감각의 순례자 카사노바'(시공사 발행)를 내면서 '후보' 딱지를 뗐다. 정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카사노비스트끼리는 카사노바에 대한 연구 성과물을 자격증으로 간주한다.

카사노바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한 이 책은 김씨가 2001년 초 45일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출발해 로마와 프랑스 파리, 체코 프라하 등지를 돌며 추적·확인한 카사노바의 발자취와 체취에 대한 기록이다. 김씨가 현지의 카사노비스트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카사노바의 인생 행로와 교직돼 있다.

김씨가 세인의 통념에서 건져 낸 카사노바는 17세에 이탈리아 명문 파도바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천재이다. 한때 성직자로, 또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수학·의학 서적에서 공상과학 소설에 이르기까지 40여 권의 책을 쓴 지식인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모국어로 읽게 된 것도 처음으로 이탈리아 운율로 번역해 낸 카사노바 덕분이었다.

물론 카사노바의 10권 짜리 자서전 '나의 인생 이야기' 첫머리의 한 대목 '나는 느낀다. 그러므로 존재한다'에서 보듯 쾌락은 의심할 바 없이 카사노바의 삶에서 중요한 요소였다. 김씨는 "카사노바는 자서전에서 '자유인으로서 나의 의지대로 살아 왔다'고 말했다"며 "희극 배우 집안 출신으로 천한 신분인 카사노바가 걸어간 인생을 여자와 떼 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본질은 마이너(minor)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를 카사노바에게 이끈 고서적에 대한 애정은 세일즈맨으로 10년 전 방문한 이탈리아 로마의 테리미니 역 앞에서 시작됐다. 길거리에 몇 권의 고서적을 늘어 놓고 역 앞 풍경을 그리고 또 그리던 이탈리아 화가에게서 그림을 한 점 샀더니 그 화가는 감사의 뜻으로 자신의 고서 창고로 김씨를 안내했다. 김씨는 거기서 '인생의 엘도라도'를 발견했다. 창고에 가득찬 10만 권 분량의 고서가 황금보다 값지게 여겨졌다.

그때부터 김씨는 유럽 각지의 고서점을 통해 2,500권 정도의 서양 고서를 모았다. 오스트리아 황제가 소장했다는 1573년 출간 대형 성경 등 희귀본과 17·18세기 건축서, 예술서들이 대종을 이룬다. 2,000명 정도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안티쿠스 사이트에 그 일부가 소개돼 있다.

"고서적은 팔지 않고 복사나 재출간 형태로 연구자들과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적 내용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인터넷 사이트에 모두 올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카사노바를 제대로 알리려는 열정도 고서에 쏟는 애정 못지 않다. 이미 30명 정도의 국내 예비 '카사노비스트'를 규합했다는 그는 "올해 안에 카사노바 관련 사진 전시회를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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