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단일 유럽으로 가기 위한 유럽연합(EU)의 행보가 진통을 겪고 있다. EU는 지난해 말 기존 15개국에 더해 10개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 EU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덩치에 걸맞은 새로운 체제는 아직 완성되지 못한 상태. 이런 가운데 EU를 이끄는 쌍두마차인 프랑스와 독일이 새로운 EU의 지도체제로 '이중 의장제'를 제안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EU 최고 행정집행기관인 집행위원회와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이사회에 각각 의장을 두는 EU 지도체제 개편 방안에 합의, 15일 확대 EU 헌법을 마련 중인 유럽미래회의(CFE)에 전달했다.
집행위원장은 유럽의회에서, 이사회 의장은 각국 정상들의 모임인 이사회에서 각각 선출하는 방안으로, 이사회 의장이 EU를 대표하며 실질적인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EU를 강력한 연방제 체제로 만들어 집행위 중심으로 끌고 나가겠다는 독일의 입장과 이사회를 강화해 각 회원국의 권한을 강조하겠다는 프랑스의 구상이 절충된 것이다. 양국은 또 국방 및 안보 문제의 의사결정에 있어 거부권 행사를 배제한 채 다수결 원칙에 따를 것을 제안했다.
당초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EU 집행위는 이중 의장제에 대한 반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EU 집행위의 조나단 파울 대변인은 16일 강한 어조로 "우리는 분열과 혼란이 필요하지 않다"며 "EU는 효율적이고 단순한 방향으로 개혁돼야 하지만 두 명의 지도자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사회 의장이 대외적으로 대통령 역할을 맡게 되면 집행위 의장의 역할이 위축돼 집행위와 이사회의 균형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의 제안이 향후 EU 확대에 따르는 새 지도부 구성논의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많은 국가 지도자들은 강력하고 독립적인 집행위원회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사회 의장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현재 회원국들이 6개월마다 돌아가면서 맡는 순번제 EU 의장직이 없어지게 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 벨기에 핀란드 등 군소 회원국들은 강대국들이 이사회 의장직을 독식, 자신들의 위상이 추락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국의 제안을 접수한 CFE는 6월 확대 EU 헌법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초안은 이후 각 회원국들의 논의를 거쳐 확정되겠지만 프랑스와 독일이 EU의 양대 축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제안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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