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8시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암참)와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가 개최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 초청 조찬간담회'에는 각국 대사 및 회원사 대표, 내외신 취재기자 등 850여명이 참석,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이날 간담회는 특히 미국 CNN방송이 40여분간 전세계로 생중계하는 등 유례없이 큰 비중을 두고 보도했다. 아침 식사 후 15분간의 당선자 연설과 15분간의 질의 응답시간으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시종일관 웃음과 박수가 터져나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먼저 노 당선자가 연단에 올라 "한국에서는 가족을 '밥을 같이 먹는다'는 뜻에서 식구(食口)라고 한다"며 "여러분은 지금부터 나와 한 식구"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또 연설을 마칠 무렵 "나는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일한 바 있고, 그 이전에는 요트를 즐겼기 때문에 '한국호(號)'의 선장을 믿어도 괜찮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질문자로 나선 제프리 존스 암참 명예회장은 유창한 한국말로 "당선자 앞에서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지만, (연설을 듣고 나니) 참 속이 시원하다"고 말해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질문에 나선 8명의 외국 기업인들은 북한 핵문제와 반미시위, 노사관계 등에 대해 불안과 우려를 표시했다. 반면 차기 정부의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 방침에 대해서는 크게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재벌개혁이 당선자 목표 중 하나인데, 추진계획을 말해달라.
"나는 재벌을 그 자체로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시장, 자유롭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이 목적이다. 한국 재벌체제가 이런 시장에 몇몇 장애요인이 되고 있어 그 점을 시정하려는 것이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소액주주가 기업의 부정을 견제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북핵과 반미시위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신정부는 한미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미국은 오랜 우방이자 한국의 안전을 위해 중요한 동맹국이다. 한국내 압도적인 여론은 반미(反美)가 아니고 성숙한 한미관계를 요구하는 것이다. 북한은 인내심을 갖고 대화하면 핵을 포기하고 체제안정, 경제지원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북한 문제에 대해 너무 걱정 말고 한국에서 열심히 사업을 해달라.(웃음)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된 후에도 동북아 힘의 균형자로서 미군의 역할은 필요하다."
-최근 아시아지역 다국적 기업 중역에 대한 설문조사결과 노사관계와 노동시장 유연성을 한국경제 최대의 이슈로 꼽았는데.
"한국의 강경 노동투쟁은 대기업에 국한된 문제이고 중소기업 노조는 오히려 부드럽고 약하기까지 하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해선 해고를 쉽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고자가 쉽게 재취업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겠다. 노사관계에 대해 훌륭한 조정자로 솜씨를 내보이겠다."
-한국은 경제적·문화적으로 아직도 내부지향적이라 생각하는데.
"경제거래 규칙을 무엇보다 앞서 세계표준에 맞추고 공무원 사고도 세계화하도록 변화를 추진하겠다."
-관광산업은 앞으로 한국을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로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통령 직속 민관 합동 관광위원회를 만들어 집중 육성하는 것이 어떤가.
"대단히 중요한 지적이다. 정책 전문가와 토론하겠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국민들의 일자리는 관광산업 등 3차 산업에서 창출되니 각별한 관심을 갖도록 주문했다."
-에너지산업 민영화 방안은.
"가급적 모든 기업을 민영화한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공익성이 높은 산업 등의 민영화는 신중히 검토하겠다. 전력산업의 경우 전기를 만드는 발전분야는 경쟁이 가능하지만, 분배(배전)하는 것은 경쟁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민영화 속도도 헐값 매각이 되지 않도록 주식시장 상황 등을 감안, 신중히 고려하겠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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