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대북(對北) 4,000억원 비밀지원설 등 한나라당이 제기한 현 정부 의혹 사건에 대해 여야가 합의할 경우 특검제 또는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수용할 방침인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관련기사 3·4면노 당선자의 한 핵심 측근은 이날 "노 당선자는 현 정부 내에서 벌어진 의혹 사건을 덮고 갈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노 당선자는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여야간 합의"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이어 "노 당선자는 여야가 합의하면 특검제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현재 민주당 내에는 다른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언급은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특검제 및 국정조사 요구에 반대해왔음에도 불구, 노 당선자가 이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있음을 밝힌 것으로 주목된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도 이날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말해 처음으로 대북 비밀지원설의 국조·특검제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노 당선자는 18일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민주당 정균환(鄭均煥) 총무와 3자 오찬회동을 갖고 인사청문회법과 4,000억원 비밀지원설을 비롯한 정국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날 회동은 노 당선자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며, 대통령 당선자가 야당총무와 직접 만나 현안을 조율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노 당선자가 정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3자회동을 제의토록 지시했다"면서 "노 당선자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한나라당측 요구를 직접 청취하고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노 당선자는 이날 오전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조속한 회동을 제의한 뒤 이낙연(李洛淵) 당선자 대변인을 통해 "한나라당이 제기한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정치적 고려 없이 엄정하게 수사할 것으로 본다"면서 "취임 전까지 수사가 안 된다면 취임 이후 투명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와 관련, "노 당선자는 서 대표와의 회동이 이뤄지면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의혹사건 문제로 국정수행이 지체되는 일이 없도록 도와달라는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인사청문회법 개정 전이라도 국회가 검증을 원한다면 해당자를 국회에 보내 인사하고 질문 받고 설명드릴 용의가 있다"면서 "국회가 원한다면 그런 과정이 TV를 통해 중계돼도 좋다는 생각"이라고 말해 관련 법 통과 전 사실상의 국회 청문회에 응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인사청문회 대상과 관련해 "여야간 검증대상으로 추가로 의견을 모아서 합의한다면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이른바 '빅4'이외에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금감위원장을 포함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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