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마리 슈더 지음·전영애 이재원 옮김 한길아트·1만8,000원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거장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는 위대한 예술가이기 이전 고독하고 왜소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폭력이 난무하고 굴종을 강요받던 시대에 민중의 시각에서 인간존중의 정신을 실천한 당대의 '민중 미술가'이자 '잠재적 혁명가'라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
'거장 미켈란젤로'는 그가 예술가로서 성장하기까지의 애환과 인간적 고뇌, 혁명적 발상을 작품 속에 구현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이 책은 주인공이 무명작가 시절부터 위대한 종합예술가로서의 꿈을 이룰 때까지의 과정을 평범한 일상을 통해 조명함으로써 인간 미켈란젤로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되살려 놓았다.
이야기는 미켈란젤로가 25세가 되던 1500년 피렌체에서 시작된다. 로마교황청의 파행이 질곡에 이르러 종교개혁을 외치는 사람들과 이를 막으려는 세력 간의 권력암투로 전쟁의 암운이 드리워진 때였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림을 배우던 미켈란젤로는 블랑카치 성당에 그려진 마사초(1401∼1428)의 벽화 앞에서 그의 작품가치를 두고 주위 사람들과 논쟁을 벌이다가 얻어 맞아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강한 신념을 가진 젊은이였다. 집안의 생계를 책임진 청년가장 미켈란젤로는 타고난 소질과 피나는 노력으로 29세에 걸작 다비드상을 완성하면서 일약 인기 작가로 부상한다.
당대 최고로 꼽히던 천재적 미술가이자 과학자, 사상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와의 만남은 미켈란젤로에게 크나큰 행운이었다. 피렌체 의회가 두 사람에게 대회의실의 벽화 제작을 의뢰한 것. 주변에서 모두 괜한 일이라며 미켈란젤로에게 포기하라고 했지만 결국 최종 제작자는 미켈란젤로로 결정됐다. 레오나르도가 맡은 벽화 일부에서 물감이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그 뒤 미켈란젤로는 본격적으로 권력자들의 주문을 받아 작품을 제작한다. 당시만 해도 모든 예술작업은 교회가 정해 놓은 규칙과 교황의 뜻에 따라야 했지만 미켈란젤로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권력자의 요구를 들어 주면서도 교회의 횡포에 시달리고, 전쟁과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민중으로부터 눈을 떼지 않았다. 굴복하는 사람과 잠자는 사람 옆에는 항상 반항하는 노예를 세워 두어 자유와 인권, 정의를 강조했다. 그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최후의 심판'에는 두 명의 흑인이 구원 받는 장면을 넣음으로써 로마시민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미켈란젤로는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6일 전까지 작업에 매달리다가 보잘 것 없는 재산을 남기고 쓸쓸히 눈을 감는다. 독일의 역사전기소설 작가로 유명한 로제마리 슈더가 1961년에 처음 출간한 이 책은 1,2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느릿한 나열로 이어져 있고 미술작품에 대한 설명도 없어 지루하고 극적 감동이 부족하다. 하지만 역사인물에 대한 소설식 접근을 통해 심리와 의식 구조를 상상하게 하고 당시의 문화·사회 흐름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평가받을 만하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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