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신간 ‘SXE’(해바라기 발행)는 아주 큼직하고 화려한 3만 8,000원 짜리 양장본으로 2,000부를 찍었다. 춘화로 읽는 성 문화 교양서인 이책은 올 여름 작고 싼 보급판으로도 나올예정이다. 또다른 신간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승산 발행)는 양장본(1만 3,000원)과 보급판(9,800원)이 동시에 나왔다. 독자의 선택 폭을 넓히는 바람직한 일이다.양장본과 보급판을 따로 내는 것은 국내에서는 드물다. 두 가지가 다 소화될 만큼 국내 출판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파인만…’의 출판사는 “양장본과 보급판을 나란히 내는 ‘모험’은파인만이 워낙 인기가 있는 데다 이 책이 과학도뿐 아니라 일반인이 봐도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쓰여진 것이어서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이책은 주문이 밀릴 만큼 잘 나가고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초판은 양장본으로 하고 나중에 보급판을 내는 것이일반적이다. 양장본은 도서관과 장서가들이 사들이기 때문에 비싸서 안 팔릴까 봐 걱정할 일은 별로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거꾸로 보급판으로 내놨다가 반응이 좋으면 양장본으로 다시 만들면서 책값을 올려 장삿속을 채우는 예가 더러 있다.
비싸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고급스러운 양장본을 욕할 게 없다. ‘SXE’ 양장본이 그렇다. 문제는 속은 부실하면서 겉만 화려한 단행본이나, 보급판으로 내놓으면 좋을 대중서까지 양장본으로 쏟아지는 현상이다.
예전에는 주로 학술ㆍ경제ㆍ유아 서적에 국한됐던 하드커버 양장본이 지난해부터는 무차별로 확산되면서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책값은 평균 1만1,948원으로 전년보다 15.4%나 올랐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7%인 데 비하면엄청나게 뛴 셈이다.
온라인 서점의 할인 판매를 의식해 정가를 부풀리는 경우가 많은 데다 디자인 등에 공을 들여 고급스럽게 만든 책이 늘어난 탓이다. 화려한 책들의고공비행을 보면서 현명한 독자의 몫을 생각한다. 겉만 번지르르한 책과속도 알찬 책을 가려내는 현명한 눈이 필요한 때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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