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조정장세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시중자금이 채권으로 쏠려 채권값이 급등하고 시장금리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는 등 채권시장에 단기 과열양상이 빚어지고 있다.이에 따라 투신사의 채권 운용 수익 전선에 비상이 걸렸으며, 연·기금과 보험사 등 장기채권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은 운용여건이 쉽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16일 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3-1호 수익률은 개장초 전일대비 0.03%포인트 하락한 4.95%로 출발한 후 간신히 0.02%포인트에서 추가하락을 막았고, 통안채 2년물도 전일 대비 0.02%포인트 하락한 4.88%에 호가가 나왔다.
또 조흥은행은 이날 3개월물 CD를 전일 동종 CD 유통금리 보다 0.14%포인트 낮은 4.62%에 발행을 추진한다고 밝히는 등 채권값 상승세는 장·단기 전 종목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수급측면에서 보면 채권값의 상승세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1월중 국채 발행물량은 8,200억원 규모로 작년 1월 국채발행액 3조8,000억원의 4분의 1로 줄었으며, 연평균 국채발행액 2조8,000억원 보다도 훨씬 적다. 회사채 발행도 지난주 110억원에 그쳐 지난해에 비해서도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한편 채권 물량의 부족과 반대로 채권매입 자금은 최근 급속도로 늘고 있다.
투신권의 수시입출식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는 지난 연말 49조4,822억원에서 14일에는 58조2,945억원으로 보름새 9조원가량 늘었다. 또 장단기 채권형펀드도 소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자금은 주로 채권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신규자금이 들어오면 채권에 편입해야 한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채권 수급의 이 같은 불일치에 따라 1월 시중금리가 당초 5.0∼5.4% 범위의 예측을 넘어 4%대에서 안착할 것 같다"며 "단기적으로 4.9%까지의 하락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권값이 급등하면서 여러가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투신사의 경우 고객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돌려줘야 하지만 채권금리가 워낙 낮아 수익을 올리기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 때문에 일부기관은 고객들의 자금예탁을 거부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또 연·기금과 보험사 등 장기채권으로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기관들은 장기채 품귀현상으로 운용할 채권을 찾지못해 채권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리가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이들 기관의 역마진도 우려되고 있다.
채권시장 과열양상이 연일 이어지자 한국은행 등 금리 당국은 "장기금리 하락은 채권발행 물량이 감소한 상태에서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경향 등 수급상의 문제가 겹쳤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국고채 발행 방식이 변경되는 3월부터 발행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시장 관계자는 "시장이 기대하고 있던 금리상승 시점이 최소한 2개월 이상 늦춰질것이 점차 확연해지고 있다"며 "당분간 채권 수요의 지속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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