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기습적으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한 데 대해 일본 정치권, 언론, 유족·시민단체 등에서 찬반 양론이 비등하고 있다.비판론자들은 특히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 중국과의 협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고, 외무성 등 정부 관계자들은 새로 출범할 한국과 중국 정부의 대응 수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정치권
제1야당인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는 "헌법상의 정교 분리 문제도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감"이라고 밝혔다.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은 "침략전쟁을 긍정하는 입장에 몸을 싣는 행위로 강력히 항의하겠다"고 비난했다.
사민당의 도이(土井) 다카코 당수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을 찾아가 항의한 뒤 "중국, 한국과 북한 핵에 대해 상의해 나가야 할 때에 영향이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연립정권에 참여하고 있는 공명당의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대표도 "외교상 문제가 있다"면서 "유감스럽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권 자민당은 고이즈미 총리가 사전에 당과 상의하지 않은 데 대해 일부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참배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일본유족회 회장인 고가 마코토(古賀誠) 전 간사장은 "재작년, 작년에 이어 일본 총리로서 참배해준 것은 대단히 고맙고 기쁜 일"이라고 평가했다. 모리 요시로(森喜郞) 전 총리는 고이즈미에게 전화를 걸어 "잘 했다"고 격려했다.
▶언론 반응
아사히(朝日)신문은 사설에서 "이 시기에 참배라니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이야기"라며 "총리는 역사에 대한 배려가 결여돼 있는데다 외교적 감각도 잃어버렸다"고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 사설에서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에 나라를 대표하는 총리가 참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런 문제로 중국과 한국 등 인접국들과의 관계에 쓸 데 없는 풍파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 사설은 "북한에 핵 개발을 포기시키려면 일·미·한에 더해 중·러와의 연계가 불가결하다"며 "주변국의 연계에 균열을 만드는 행동은 국제적 이해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사설을 통해 "나라의 지도자가 전몰자를 추도하기 위해 참배하는 것은 그 나라의 전통이나 관습에 근거한 행위"라면서 "타국으로부터 이런저런 주문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유족·시민단체
총리의 종전 기념일 공식 참배를 요구해온 일본유족회측은 "좋은 일"이라며 "참배 때마다 정치적 논의나 외교적 문제가 되는 것이 이상하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총리의 참배를 반대해온 평화유족회는 15일 총리 관저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한 뒤 총리 참배 중지를 요구하는 법정 투쟁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일본기독교협의회는 "과거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긍정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중 우호협회는 "올해는 일·중 평화우호조약 체결 25주년에 해당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호기였던 만큼 분노를 느낀다"고 비난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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