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냐, 산업연수생제냐.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와 외국인 근로자 인권침해 방지를 명목으로 노동부가 내년 조기 도입을 노리고 있는 고용허가제와 외국인 근로자를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를 통해 국내로 불러들일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산업연수생제가 새 정권 출범을 앞두고 충돌하고 있다.
노동부와 중기청·기협중앙회의 외국인 근로자 정책 신경전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 공약에서 비롯됐다.
노 당선자가 병립하기 어려운 '고용허가제 도입 검토'와 '산업연수생제 개선'을 동시에 대선 공약으로 내건 것.
차관급 부처인 중기청에 기업 인력정책의 핵심인 외국인 근로자 운영권을 빼앗긴 노동부로서는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만, 중기청과 기협중앙회의 경우 고용허가제 도입은 곧 산업연수생제 폐지로 연결되기 때문에 양측은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노동부와 중기청·기협중앙회는 각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보고를 통해 고용허가제 도입과 산업연수생제 개선의 당위성을 설명했으며, 각종 채널을 통해 '논리 로비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6월말까지 특별법을 제정하고, 내년부터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중기청과 기협중앙회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정부 초기에 서둘러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계산이다.
또 산업현장의 불법체류자에게 우선 취업권을 줘 중소기업계의 '풀뿌리 민심'을 달랠 수 있는 복안도 내놓았다.
노동부측은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근로자 쿼터 범위 내에서 기업은 고용허가를, 외국인은 노동허가를 받아 자유롭게 구인·구직 활동을 벌일 수 있고, 외국인에게 국내 근로자와 똑 같은 지위를 부여함에 따라 인권억압, 송출비리 등 산업연수생제의 문제점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며 "선진국은 물론 경쟁국인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도 고용허가제가 원활히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기청과 기협중앙회측은 "인력의 절대부족 현상이 산업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모시기 경쟁을 촉발하고, 이는 다시 산업연수생제의 부작용을 만들고 있다"며 "불법체류 문제는 사법기관의 철저한 단속의지, 인권침해는 기업인의 윤리교육를 통해 각각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늘린다는 전제조건 하에 사법기관의 단속과 기업인의 윤리교육이 병행되면 산업연수생제는 저렴한 비용으로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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