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텐더'(The Contender)에서 대통령이 여성 부통령을 지명한 이유는 자기 자리를 탐낼 것 같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차별의 양식이 좀 더 세련됐을 뿐 미국 정치판에서도 여성은 환영 받지 못한다.부통령의 유고로 후임자를 임명해야 하는 잭스 에반스(제프 브리지스) 대통령은 여성상원의원 레이니 핸슨(조안 알렌)을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에 임명하지만 청문회를 주관하는 하원 법사위 위원장인 공화당의 셜리 러니언(게리 올드먼)의원은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여자가 무슨…"이라는 이유에서.
셜리는 레이니가 대학 시절 난교 파티(Gangbang)에 참석한 사진을 입수, 언론에 은밀히 공개하고, "레이니가 난교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대학 시절 동창의증언까지 방송되자 레이니와 민주당의 인기는 폭락하기 시작한다. 레이니는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는다. "그건 사생활일 뿐, 설명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 대처 수상의 장점은 레이건의 말을 잘 들은 것뿐" "청문회에서 객관성은 지워 버려. 오직 주관만 필요하니까" "정치가의 주 임무는 먹는 건가 봐" 같은 정치에 대한 신랄하고도 냉소적인 대사와 정치인들의 은밀한 뒷거래를 보여주는 게 재미거리다. 그러나 영화는 "정치인은 가십이 아닌 정책으로 승부한다"는 레이니의 주장을 끝까지 힘있게 관철시키지는 못한다. 마지막 부분에 난교 파티의 장면이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관객에게 알려주지만 그 또한 레이니를 음모에 휩쓸린 가련한 여성으로 묘사하는 데 그친다.
벗겨진 곱슬머리에 안경을 걸친 고집불통 정치인을 연기한 게리 올드먼의 변신이 돋보인다. 감독은 '라스트 캐슬'의 로드 루리. 17일 개봉. 18세 이상.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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