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가다피(60·사진) 리비아 국가원수가 근래 들어 이례적으로 미 언론과 회견을 갖고 목소리를 냈다.가다피는 최근 워싱턴 포스트(12일자) 및 뉴스위크(20일자)와 동시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리비아와 미국은 테러조직 알 카에다 조직원 색출에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리비아 출신 테러범들이 미국과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테러범 일소를 위해 리비아와 미국 정보기관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비아는 1988년 12월 미국 팬암 항공기가 스코틀랜드 상공에서 테러범들에게 폭파된 이후 테러 배후국으로 의심받으면서 테러지원국으로 찍혀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이 사건 유족들에 대한 리비아측의 보상 의사 표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가다피가 미국 등 서방에 대해 모종의 유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가다피가 인터뷰에서 "리비아는 대량살상무기 개발·보유에 관심이 없다"거나 "리비아는 테러가 아닌 해방운동을 지원했다"고 한 대목, "리비아가 지원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은 백악관의 환대를 받는데 나는 여전히 테러범 취급을 받는다"는 불만 표현 등은 이런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인터뷰 내용을 앞으로 가다피의 대 서방 노선 변화와 관련해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다피는 그러나 리비아와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는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빈 라덴은 미국을 겨냥한 제2의 공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일방적 행동이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발호에 커다란 구실을 제공했다. 빈 라덴은 이슬람 세계에서 예언자와 같은 존재가 됐다. 나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잘 안다. 그는 주변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이 더 큰 위협이 된다."
그는 후세인은 비이성적 인물이라며 "이란·이라크 전쟁, 쿠웨이트 침공, 쿠르드족 문제 등에서 후세인과 의견이 달랐지만 후세인에게 미국이 침공할 경우 끝까지 저항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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