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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육아 도와주겠다던 친정 엄마 막상 근처로 집옮긴후엔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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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육아 도와주겠다던 친정 엄마 막상 근처로 집옮긴후엔 외면

입력
2003.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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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친정어머니가 너무 야속합니다. 3살, 5살 두 아이를 키우는 직장여성으로, 육아 도움을 받기 위해 지난해 친정어머니가 사시는 동네로 이사를 했습니다. 60대 초반인 어머니는 이사할 때만 해도 "내가 다 키워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집을 옮기기 위해 은행대출까지 받았는데, 막상 이사를 하니 '나 몰라라' 하십니다.제가 퇴근이 늦거나, 휴일 근무를 하는 경우에만 아이들을 돌봐주는 정도인데도, 그것마저 이제는 당신 약속이 있다거나, 온천여행을 가야 한다며 "다른 사람을 알아보라"고 합니다. 친정어머니는 직장여성의 가장 큰 힘이라는데, 저희 어머니는 저의 어려움을 모른 체 하십니다. (서울 목동 고씨)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직장인으로서 1인2역 하느라 얼마나 고달프십니까? 이렇게 장하게 생활하는 댁과 비슷한 여성들이 날로 늘어나지만 직장탁아소 같은 사회복지시설이 미비해 안타깝습니다.

답> 친정어머니의 '나 몰라라'하는 외면은 어디서 왔을까요. 우선 어머님이 자신의 노년기 심신쇠약을 감안하지 않고 과욕을 부린 것 같습니다. 심심할 때는 손자라도 키우면서 소일할까 하셨겠지만 막상 해보니 힘에 부친다는 것을 아신 것이지요. 젊은 어머니가 키울 때는 소신껏 키우지만 할머니가 키울 때는 부모 눈치가 보여 매섭게 하지 못해 아이가 더 버르장머리가 없어지고, 그래서 더 어렵습니다.

또 요새 엄마들은 배운 것이 많아 육아부탁하면서도 이런 저런 요구를 하는 바람에 할머니로서는 조심스럽고 혼돈스럽지요. 게다가 외손자 양육이니 사돈댁과 사위 눈치도 보아야 하고, 남의 자식이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어 하는 일에 보람을 덜 느낍니다.

인간은 예외없이 거의 모든 일에 양면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식은 부모에 대한 효성과 역겨움을, 그리고 부모는 자식에 대한 사랑과 서운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또 대인관계가 오래 가려면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부모자식간 관계도 이런 상호작용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댁이 지금 어머님과 얽힌 관계는 일방적으로 댁이 득을 보는 관계입니다. 막상 애를 봐주는 시간만 따지면 적을지 몰라도 따님 쪽의 상황변동에 늘 대비하여야겠기에 실제로 어머님 인생 상당부분이 따님에게 매여 있군요. 어머님으로서는 지나가버린 '젊음'과 당신은 해보지 못한 딸의 '자아실현'에 대해 같은 여성으로서 샘도 나시겠지요.

어머님께 감사의 뜻을 품고만 있지 말고 자주 표현하십시오. 그리고 가끔 "피곤하실 테니 온천에 친구분과 놀러 가시라"고 선수를 치며 돈도 좀 드리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요. 장기적으로는 외할머니에게 의존한 육아에서 벗어 날 계획도 세우십시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dycho@dyc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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