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간부의 '사회주의 발언' 파문이 전경련측의 사과 공문으로 일단 외형상 봉합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전경련측의 사과 공문을 '정중한 사과'로 받아들이면서도 "앞으로 성의있는 조치를 기대하며 사태를 지켜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재계 안팎에서는 인수위와 재계의 시각 차이가 분명한 만큼 언제든지 잠복한 갈등이 다시 표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13일 오후 전경련 정태승(鄭泰承) 전무 등으로부터 김각중(金珏中) 회장 명의의 사과 공문을 전해 받은 인수위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전경련측이 정중한 사과를 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전경련측의 사태 수습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수위가 끝까지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을 경우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대목은 "앞으로 전경련측의 성의있는 조치를 기대하며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내용. 표면적으로는 갈등을 잠재우지만 여전히 전경련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공문을 받기 전 인수위원들이 보인 강경한 태도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임채정(林采正) 인수위원장은 이날 오전 "인수위의 목표가 사회주의라는 발언은 노 당선자와 인수위원회를 교묘히 음해하려는 의도"라며 "재계가 우려할 것을 걱정해 재벌 개혁을 점진적이고 자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까지 발표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냐"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침부터 긴급 회의를 소집하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낸 전경련의 분위기는 무겁고 침울했다. 의도와 달리 사태가 갈수록 확산되면서 재계 일각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상황이 못내 부담스러운 모습이었다. 한 관계자는 "전경련이 마치 당선자에 대해 도전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상황이 뭐가 유리할 것이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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