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강공에도 미국은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결'과 '선 핵 포기, 후 협상'의 기조를 쉽게 바꾸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이 미국의 인내 한계선에 다가오면서 '제한적 공격론'을 펴는 강경론이 점점 세를 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미국의 상황판단
북한의 NPT 탈퇴 선언이나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취소 시사 발언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예상보다 차분하다. 미 정부 관리는 "국제사회에 중대한 우려 사안"이라며 경고의 강도를 높이면서도 예상했던 수순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이런 반응은 현 상황을 '위기국면'으로 보지 않는 정책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미국은 탈퇴의 효력이 즉시 발생한다는 북한의 주장과는 달리 90일의 유예기간이 있다고 보는 데다 북한이 비밀 핵 개발로 NPT 규정을 사실상 지키지 않아온 만큼 탈퇴 선언이 새로운 위협도 아니라고 믿고 있다. 또 미사일 발사 재개 위협도 실현 가능성을 점치기에는 이르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두 조치 모두 '언어적 협박'이상의 위험은 없다는 것이다.
■다자적 해결 방식 선호
북한의 강경책이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끌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현 상황에서 대북 협상은 미 정부에는 협박에 굴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미국은 주변국을 통한 외교적 압박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하고 있다. 이는 북한에 대한 물리적 공격을 배제한 상태에서 미국이 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기도 하다. 북한의 위협 강도가 높아질수록 중국이나 러시아에 북한 고립을 요구하는 미국의 주문도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당분간 유엔과의 공조를 통해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러시아가 동조할 것이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은 당장 북한 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가져갈 생각은 없다.
■인내의 한계선
문제는 미 정부가 북한의 위협을 감수할 수 있는 '레드 라인'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이다. 북한의 강수는 북한 핵 문제를 대화로 풀려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북한이 수조 속의 폐연료봉 8,000개를 꺼내 재처리를 강행할 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바로 그 때 부시 대통령은 국방부가 이미 마련한 시나리오, 즉 핵 시설에 대한 제한적 선제 공격을 내리는 모험을 할지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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