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중(金奭中)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목표는 사회주의"라고 발언했다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차기 정부와 재계가 다시 한번 소모적인 감정싸움에 휘말리게 됐다.손병두(孫炳斗) 전경련 부회장의 재벌정책 비판의 '여진'이 남아있는 가운데 김 상무가 예민한 이념문제까지 들춰내 공격하면서 인수위의 심기를 극도로 자극했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모종의 의도가 있는 발언 아니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은 채 앞으로 재벌 군기를 세게 잡겠다는 태세다.
김 상무는 사회주의 발언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이 차기 정부의 정책을 못마땅해 하는 재계 전체 분위기와 관련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인수위와 재계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인수위 출범 직후에는 혈기 넘치는 일부 인수위원들이 정책으로 채택되지도 않은 재벌관을 피력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재계를 긴장시켰다면, 이번엔 재계가 '색깔론'까지 끌어들여 인수위를 자극한 것이다.
재계가 재벌정책 방향에 대한 건설적인 대안은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다. 그러나 재벌정책에 대한 본질적 논의는 뒤로 한 채 이미 정치권에서조차 시대착오적이라고 결론 난 색깔논쟁으로 인수위를 흠집내는 것은 상호 불신과 오해만 증폭시킬 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가뜩이나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해외 투자자에게도 대표적인 '재계 논객'의 경솔한 발언은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차기 정부와 대기업이 자꾸 마찰을 빚는 것으로 비쳐질 경우 그 피해자는 정부보다는 기업이다.
인수위 역시 김 상무의 발언에 '괘씸죄'를 적용, 보복적인 '재계 길들이기'에 나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잘못된 발언을 바로잡기 위한 대응은 필요하지만, 도를 넘어서는 감정적인 대응은 그만큼 재벌개혁의 왜곡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남대희 경제부 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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